정치사회

안철수 의원에게 - 새정연이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까칠부 2015. 9. 21. 06:58

착각하는 것이다. 원론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과연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정치인의 도덕성이란 정치적 판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당장 몇 달 전 새정연의 참패로 끝난 재보선만 해도 그렇다. 성왕종리스트라는 권력의 핵심까지 연루된 부정이 공개되었음에도 승리한 것은 다름아닌 새누리당이었다.


항상 그래왔었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전대통령의 부정이나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오히려 지지율은 높아만지고 있었다. 불법과 비리에 연루되어 의원직까지 상실한 정치인이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선거만 하면 이기는 이유는 그들이 더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다. 새정연 - 아니 이전의 야당들이 선거만 하면 졌던 이유도 그들보다 덜 도덕적이어서가 아니었다.


핵심을 잘못 짚었다. 현실의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이 새누리당이 강한 이유다. 일사불란하다. 시끄럽지도 혼란스럽지도 않다. 어찌되었거나 무언가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을 준다. 그만한 힘도 있고,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다. 자세마저 확고하다. 그에 비하면 새정연은 어떤가. 항상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다. 어째서 유권자들은 새정연을 - 이전의 야당들을 아마추어취급하며 무시해 왔는가. 비판도 반대도 단지 발목잡기다.


이번 노동개혁에 대한 노사정협의를 보는 유권자의 시각도 한 번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내용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다. 얼마나 옳고 잘못되었는가에 대한 판단도 뒤로 물린다. 그보다는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어째서 이번 새정연의 혁신안을 두고 문재인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었는가. 안철수 역시 마찬가지다. 비주류의 비판과 반대를 흔들림없이 정면으로 돌파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마찬가가지로 안철수 역시 그런 문재인에 대해 전혀 굽히지 않는 강한 의지와 고집을 보여주었다. 다만 그같은 대주의 판단이 새정연이라는 정당의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여전히 새정연은 시끄럽고 어수선하고 무언가 미덥지 못하다.


새정연의 개혁이 아닌 - 정확히 새정연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혁신을 이야기하려면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일 것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도덕서이 아니다. 도덕적으로 한 점 흠결도 없는 순수함이 아니다. 그보다 능력이다. 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그것이 곧 신뢰다. 새정연이라면 자신들이 공약한 내용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정부를 제대로 비판하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단합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잠시의 충돌과 혼란은 있었을지라도 결국 절차에 따른 결정에 승복하며 최선을 다해 따르려는 모습일 것이다. 당의 승리를 위해 당장의 불편함이나 어색함은 뒤로 미룬다. 새누리당이 잘하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선의가 전혀 달갑지 않은 이유인 것이다. 결국 여전히 새정연은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아마추어적인 모습으로 남고 만다. 혁신안이라고 만들어 놓아도 미덥지 않고 실천의지도 없다. 그러므로 여전히 그 모양 그 꼴이다.


어째서 새정연 지도부는 한명숙을 옹호하는가. 아니 그 밖에 여러 부정과 연루된 소속정치인들에 대해 우호적이거나 동정적이다. 고집이다. 유권자들에 과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야당에 대한 정부의 탄압일 뿐 실제 부정이나 비리에 연루된 것은 아니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반성한다고 한 번 더 돌아봐주는 유권자들이 아니다. 낙인은 곧 단죄로 이어진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자꾸 들쑤시며 당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다. 때로 정략적인 판단도 필요한 것이 정치인이란 존재다.


혁신안 자체도 사실 물론 좋기는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다. 지금까지 어떤 당대표도 대표직을 걸면서까지 혁신안을 관철시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었다. 그럼으로써 지금껏 당대표를 흔들던 비주류마저 조용하다. 문재인 자신의 지지만이 아닌 새정연에 대한 기대도 함께 커진다. 문재인의 반대편에 안철수라는 거물도 버티고 있다. 겨우 얻은 자산을 스스로 깎아내린다.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일까?


반부패를 위한 규정과 입법이 필요한가? 먼저 승리부터 해야 한다. 승자가 되어 당당히 주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능력이다. 새정연이 그동안 가장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다. 개인의 선의로 바뀌기에는 정치란 너무 복잡하다. 승리를 바라는가?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