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남소림...

까칠부 2015. 10. 22. 00:37

언제부터인가 사실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청나라 조정에 의해 숭산의 소림사가 불탔고 살아남은 승려들이 남쪽으로 내려와 복건성 어딘가에 남소림을 세웠다. 이 남소림이야 말로 반청복명의 중심이다.


그런데 정작 재미있는 것이 복건성 어딘가에 있다는 남소림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발굴된 적도 증명된 적도 없었다. 무엇보다 숭산의 소림사는 문화혁명 전까지 한 번도 불탄 적 없었다. 청나라 때도 여전히 황실의 보호를 받으며 선종의 본산으로써 지위를 유지했다.


어째서 남소림이었을까? 일단 '천하공부출소림'은 이미 명나라 때부터 무술가들 사이에 회자되던 이야기였다. 유대유가 소림사에 가서 곤법을 복원해주었다지만 과연 소림사에 원래 곤법이 있었는데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아예 곤법 자체가 없었던 것인지 알 방법이 없다. 단지 상징적인 의미로써 숭산의 소림사야 말로 무술가들의 본산처럼 여겨졌는데, 정작 명이 망하고 많은 무술가들이 청에 저항하고 있는 가운데 소림사는 오히려 청황실의 보호를 받으며 성세를 누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반청복명에 나선 무술가들은 무엇을 구심점으로 삼고 어디에 의지해야 하는가.


그래서 전설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숭산에 있는 소림사는 가짜고 복건성 어딘가 있는 소림사가 진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래의 소림사는 청왕조에 의해 불타야 했고, 소림사의 원래 승려들 역시 여기저기 흩어져서 청왕조에 대한 복수와 복명의 대의를 위해 싸워야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는 가운데 남파의 여러 무술들에 소림의 이름이 덧씌워졌다. 심지어 엽문과 이소룡으로 유명한 영춘권의 경우는 있지도 않은 소림사 출신의 비구니 오매대사를 그 시조로 여기고 있기까지 하다. 비구의 사찰에는 비구니가 머물 수 없다.


그냥 바람이었던 것이다. 신화였다. 청을 몰아내고 명을 다시 세우겠다. 침략자를 무찌르고 강토를 되찾겠다. 구심점이 필요했고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 굳이 실재하는 곳이 아니어도 되었다. 그런 곳이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되었다. 모든 무술가들의 종주이고 본산인 진짜 소림이 자신을 돕고 있고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전설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조금씩 사실이 되어간다. 


지금 중국 복건성에 있는 남소림은 그저 명나라때의 사찰유적에 남소림의 전설을 덧씌운 현대의 창작물이라 할 수 있다. 사실여부는 상관없다. 믿음이 사실을 정의한다. 항상 그렇듯.


굳이 소림사 무술 같은 건 궁금하지 않은데... 역시 보아야 하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지. 숭산이 아닌 복건성의 남소림이었던가. 그렇더라는 것이다. 믿음은 항상 사실에 우선한다. 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