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진보가 싸가지없는 이유...

까칠부 2015. 10. 30. 04:21

아주 오래전이었다. 어느 꽤 진보적인 척 하는 먹물 하나가 그런 물음을 던진 적이 있었다.


"보수는 항상 구호든 공약이든 단순한데 어째서 진보는 길고 복잡하기만 한가."


그게 보수니까. 그런 게 진보니까.


지금 이대로 가자. 지금 이대로가 가장 좋다. 그러므로 현재를 긍정한다. 현재의 자신의 감정과 믿음, 바람, 요구를 긍정한다. 미워하고, 원망하고, 탐욕하고, 집착하는 모든 것을 자신 뜻대로 해도 좋다.


진보는 현재를 부정한다. 일단 여기서 벌써 싸가지없이 여겨지기 시작한다. 내 감정, 내 바람, 내 욕망, 내 믿음, 내 요구, 당연하게 여겨왔던 자기의 일상과 상식까지 모두 잘못되었다 비판하며 부정한다. 더구나 기성세대면 현재란 자신이 과거 이루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안을 고민할 것을 요구한다.


궁리해야 한다. 고민해야 한다. 나서서 행동하고 실천해야 한다. 하나같이 귀찮고 성가신 것들이다. 보수는 그런 것들까지 자기들이 직접 알아서 다 해주겠다 말한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조차 없다. 지금 하던대로다. 지금 하는 방향 그대로다. 익숙해진 대로 그냥 살면 된다. 젓가락에 익숙하니 스테이크로 젓가락으로 먹겠다. 억지로 포크와 나이프를 쥐어준다면 당연히 반발한다.


한 마디로 게을러서 그렇다. 책임지기도 귀찮고 싫다.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인간은 신을 만들었다. 자신을 대신해 책임을 떠넘긴다. 그런 정치를 바란다. 아무라도 자기를 대신해서 모든 것을 다 해 줄 한 사람을. 정치드라마를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전 끝난 '어셈블리'도 그런 느낌이 강했다.


한 쪽은 게으른 그대로 괜찮다고 말하고, 다른 한 쪽은 더 부지런해지라 더 노력해지라 요구한다. 채근한다. 어느쪽에 더 호감이 있을까? 4대강 공사로 주위가 개발되면 자기가 얻게 될 이익과 그로 인한 환경파괴며 재정의 낭비와 같은 이야기들 가운데 어느쪽이 더 가깝게 여겨질까? 누가 더 자신과 가까운 편이라 여겨지까?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과 본능의 문제다.


탄산음료가 그다지 사람의 건강에 좋지는 않다. 그런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최소한 서울시가 관리하는 자판기에서만큼은 탄산음료를 안팔겠다 대책을 발표한다. 나는 탄산음료를 먹고 싶다. 내가 내돈 내고 먹고 싶은 걸 먹겠다는데 서울시가 뭐라고 상관이냐. 방향이나 세부적인 내용에서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그런 부분조차 고민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발전해나가는 것이 진보다.


한국사회가 보수적인 이유다. 특히 인터넷은 겉보기와 달리 매우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직접적으로 증오를 표현한다. 인간을 구분짓고 층위를 두어 행동하는 것을 즐긴다. 익숙한 만큼 편하다.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 이상 깊은 사고를 요구하지 않는다.


어째서 진보는 싸가지가 없는가. 한국사회가 보수적이니까. 생각하기슬 싫어한다. 행동하기를 귀찮아한다. 나쁜 놈들이다. 부지런해지라 영리해지라 요구한다. 가만 있어도 다 되는 현실을 바란다. 답은 나와있다. 내가 힘들고 피곤하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다. 바르고 잘못된 판단이 아니다.


보수란 기득권이다. 이미 기존의 질서가 그들을 중심으로 촘촘히 짜여져 있다. 기존의 질서 안에서 자신들은 옳다. 진보가 패배하는 이유다. 바꾸기란 항상 쉽지 않은 과정이다. 보수와 진보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