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새정연이 4.19 재보선에서 패배한 가장 큰 이유는 당내 갈등으로 탈당한 정동영과 천정배가 새정연의 표를 잠식한 것이었다. 어차피 성남이든 강화든 여당의 텃밭이었고 크게 기대도 않았었다. 그나마 관악과 광주가 야당이 기대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 두 곳에 떡하니 한때 당의 중진이었던 인사들이 출마한다.
그러면 정동영과 천정배가 뛰쳐나간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김한길, 안철수 체제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며 틀어진 것이 가장 컸었다. 그렇다고 뒤늦게 당대표가 된 문재인이 이 두 사람을 붙잡아 다독이기에는 이 두 사람의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이 문재인보다 높다. 한때 야당 최대계파의 수장이었고 대선후보이기도 했다. 노무현의 최측근으로서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기도 했었다. 당시 문재인은 노무현의 민정수석이었다.
결국 이 두 사람을 붙잡으려면 이름값에 어울리는 대우를 해주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당연하게 상당한 양보가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에 의한 후보선출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었는데 단지 두 사람을 붙잡자고 그것을 철회해야만 한다. 단지 유력정치인의 이름값에 기대기 위해 마냥 양보하고 타협하며 원칙을 저버린다. 과연 그것이 새로운 정치인가. 그렇게라도 해서 이겼어야 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정치란 원칙과 신의가 없으면 야바위와 다름없다. 권력을 가지자는 것이 정치지만 권력이 전부가 된다면 정치는 길을 잃게 된다. 새정연이 지금 저모양이 된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데 덕분에 문재인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정작 김한길, 안철수 체제에서 당시 주류와 싸우고 뛰쳐나간 것이 정동영과 천정배였는데 그 책임을 모조리 문재인에게 지운다. 갑자기 김한길, 안철수, 정동영, 천정배가 한 편이 되어 공동의 적인 문재인을 공격한다. 그리고 다시 이번 지선 재보선에서 야당 내부에서 끊임없이 잡음을 만들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던 인사들이 패배의 책임을 문재인에게 물으려 뭉친다. 어차피 당이 총력을 기울인 재보선도 아니었고, 그나마 재보선에서 열세이던 야당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며 내홍을 키우던 것이 바로 그들이었다. 오히려 당이 하나가 되어 대처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 자신들이다. 그런데 그 책임을 다시 패배의 책임으로 바꾸어 문재인을 공격하는 빌미로 삼는다.
안철수가 말하는 총선패배론이 그다지 마뜩지 않은 이유인 것이다. 문재인이 양보할 때까지 공격하겠다. 문재인이 물러날 때까지 계속해서 문재인과 당을 공격하겠다. 낡은 진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졌다. 부패의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오로지 안철수만이 대안이다. 안철수의 혁신안만이 대안이다. 그 전까지 새정연은 가망없는 패배가 예정된 정당일 뿐이다. 그런 식으로 안에서 계속 몽니를 부리는데 어떤 정당이 이길 수 있을까? 아예 무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철수란 쓸데없이 이름값만 높다.
안철수가 확실히 정치초보라는 이유일 것이다. 세상에 어느 유력정치인도 자기가 속한 정당의 정치인이나 지지자를 그런 식으로 원색적으로 네이밍하며 비난을 퍼붓지 않는다. 소속정당의 정치인과 지지자를 적으로 돌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기 손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다른 사람을 통해 우회적으로 한다. 어째서 김한길 등이 안철수를 앞세우고 정작 자기들은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가. 당내 정치인과 지지자들을 적으로 돌려세운다. 비슷한 짓을 했던 정치인이 과거 있었다. 정동영이라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도 노무현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야당 지지자 가운데 민주당을 깬 책임을 물어 노무현과 그를 따르던 정치인들을 비토하는 정서가 강하다.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도 단지 후보가 문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투표를 거부한 이들마저 있었다. 유시민 역시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토로 인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문수에게 패배한 바 있었다. 정동영은 아예 자기가 나서서 참여정부와 선을 긋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비판함으로써 지지자의 이반을 초래한 바 있었다. 친노가 완전히 배제된 선거에서 당시 야당은 유례없는 대패를 당하고 만다.
먼저 전적으로 협력하고 나서 패배의 책임을 물어도 물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잡음이 당 밖으로 비져나오지 않도록 배려하는 성의 정도는 필요하다. 선거에서 이기려 하면 내부분란을 최소화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아예 일부러 지라는 식으로 말과 행동을 전혀 가리지도 조심하지도 않고 있다. 그리고서 책임을 묻는다. 어째서 안철수에 대한 야당 지지자들의 비토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가. 김한길 등이 얼마나 정치인으로서 노회한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박지원조차도 안철수의 이름 뒤에 가려진다. 이들은 어차피 대선에 뜻이 없기에 친노의 비토가 크게 정치적 부담이 되지 않는 이들이다.
안철수가 대선후보가 되면 친노도 따라올 것이다. 정동영이 증명했다. 더구나 지금처럼 아예 친노를 적으로 여기고 직접적인 공격을 퍼부어대는 대상에게 사람의 감정이 이성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야당의 승리를 바라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승리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어리석은 것이다. 자기의 정치생명을 담보로 무리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 결국 그로 인해 당과 지지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민주주의란 다시 말해 승복이다. 일단 결정되면 따르는 것이다. 충실히 따르고 나서 그 다음에 이의를 제기하든 책임을 묻든 하는 것이다. 혁신위의 혁신안이 나오기도 전에 실패를 단정짓는다. 혁신위 구성에 동의한 것은 비주류 자신들이었다. 아주 못된 것만 배웠다. 그 검은 속에 웃음밖에 안나온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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