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시대착오적인 악당쯤으로 여기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러나 상황이 다른 것이다. 일동점 하나만을 책임져야 하는 이수인과 더 오랫동안 더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노동운동가의 입장이란. 그동안 끔찍할 정도로 져왔고, 앞으로도 막막하도록 지게 될 것이다. 질 것을 알면서도 싸움에 나서야 하는 마음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믿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길 것이라고. 지더라도 이기는 것이라고. 지더라도 결국은 이기는 것이라고. 그것을 신념이라 부른다. 더 크게 이념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보다는 결국 고집이다. 악은 싸움이더라도 아주 작게나마 이기기를 바라는 구고신이 그래서 주용태 소장의 입장에서도 마땅치 않을 것이다. 결국은 이겨야 한다. 모두가 이겨야 한다. 자신마저 투쟁의 도구로 삼는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잡혀가는 것은 불법을 주도한 주모자들이다. 수뇌부들이다. 대부분 그런 훈장이 하나쯤은 있다.
믿지 않은 것이다. 사용자도, 노조도, 그리고 노동자들도. 그토록 혹독하게 묻고 시험하고서도 결국은 믿지 않고 그저 수단으로써만 본다. 비틀린 시대가 그들의 생각과 행동마저 일그러뜨리고 말았다. 고작해야 노조인데. 고작해야 쟁의인데. 고작해야 파업에 불과한데. 그런데도 마치 대단한 사회의 악인 양 모든 책임을 묻고 단죄하려 한다. 그것을 몸으로 견뎌야 한다. 그런 시간들이 반복된다. 사회에 대한 신뢰도 내일에 대한 믿음도 모두 사라지고 그저 고집만이 남게 된다. 떠날 수 없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슬픔 같은 것이다. 너무나 전력의 차이가 현격하기에 병사 한 사람 한 사람까지 모두 챙길 수는 없다. 누군가는 희생양으로 수단으로 내몰아야 한다. 익숙해지고 길들여진다. 그럼에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전선에 버티고 있다. 보통의 정신가지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구고신이 되거나, 주용태가 되거나, 아니면 모두 포기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이제는 주용태도 얼마 없다. 우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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