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회가 그랬다. 정치는 사대부가 하는 것이다. 선비 사士와 관료를 뜻하는 대부大夫를 합친 것이 바로 사대부다. 물러나면 고향에서 책을 읽으며 학문을 닦고, 나가서는 조정에서 왕과 백성을 위해 역량을 펼친다.그래서 중요한 것이 과거였다. 관리가 되기 위한 자격을 갖추는 시험이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그런 뜻이다. 사대부로서 자신과 집안을 바로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려 마침내 세상을 편안케 한다. 정당을 혁신하고, 선거에서 이기고, 그리고 나서 무엇이든 바로 바꾸고 바로잡을 수 있다. 누군가 하는 말과 비슷하지 않은가.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자격과 국정을 책임지며 나라를 바로 이끄는 자격. 어째서 시민이 거리로 나선 시위에 대해서는 그토록 냉정하며 침묵만 지키는가.
역시 CEO일 것이다. 성공만을 밟고 달려온 사람답다. 세계는 완결되어 있다. 완결된 질서 안에 모두는 존재한다. 질서란 구분이다. 구분이란 자격이다. 자수성가한 사람일수록 자기에 대한 확신이 강하다. 자기에 대한 확신은 세계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진다. 정화한다. 바로잡는다. 혁신한다. 자기에 맞춘다. 시민의 자기주장에도 그 지지자들 역시 한단은 소리가 선거에 이겨야 한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위는 삼가라.
일개 초선의원이 어떤 중진이나 원로보다도 더 강하게 나서며 마치 당의 주인행세를 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선의를 인정한다. 그는 진정 야당을 위해 그러고 있을 것이다. 야당을 위해 야당 자체를 무시한다. 소를 위해 소는 무시한 채 뿔을 바로잡는다. 딱 어울리는 고사를 찾았다. 교각살우. 그러다가 야당을 죽이게 되더라도 그것이 야당을 위한 것일 터다. 자신이 곧 소의 주인이다.
정의로운 사람은 그래서 무섭다. 다른 사람을 보지 않는다. 뒤도 주위도 살피지 않는다. 오로지 앞만 본다. 그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다른 사람의 입장은 어떤가 전혀 생각지 않는다. 지금 야당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비장할 것이다. 비감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선의는 현실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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