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안철수 탈당...

까칠부 2015. 12. 11. 19:28

리더십이란 팔로우십을 동반한다. 자신이 리더였기에 다른 리더를 존중할 줄 안다. 최소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당대표라면 그 판단과 선택을 우선해서 존중할 줄 알아야 리더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일개 초선의원에 불과한 안철수에게 그토록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는가. 그런데 그것을 잊는다.


혁신위에서 혁신안을 채 다 내놓기도 전에 실패라 단정짓고는 자신의 혁신안을 그 위에 놓으려 한다. 혁신위원장 제안도 있었고, 혁신위가 활동하는 동안 공식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당의 공식기구를 무력화하고 자신의 이름값만 올리려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입장을 양보하거나 타협하려 시도한 적이 없었다. 끝까지 일방적인 자신의 입장만을 강요하려 했을 뿐이었다. 자신의 요구만을 그것도 공식채널이 아닌 언론을 통해 흘려보냈었다. 새정연의 내분은 공식화되었고 또다시 자기들끼리 싸운다는 여론 앞에서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자신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으니 그것이 좋았을 것이다.


어차피 총선에서 질 것이다. 그러면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만 물러나면 이긴다. 다시 처음 했던 말의 반복이다. 정히 문재인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대의원의 의견을 모아 정당한 절차를 거쳐 또 한 번의 전당대회를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문재인만 바라본다. 그러니 내 요구를 받아들이라.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 내가 시키는대로 물러나고 전당대회를 열어 내 뜻대로 이루어지게 하라. 그러다 안되니까 탈당.


유시민도 이해찬도 당을 뛰쳐나간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지저분하게는 하지 않았었다. 박주선도 천정배도 당과 불화를 빚고 탈당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더럽게 하지는 않았다. 마냥 떼만 쓰다가 그래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토라져서 그냥 탈당이다. 그런 수준의 인간이었다. 그 탈당마저 문재인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정말 치졸한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완전 협박이고 뗑깡이다.


엘리트였다. 실패란 경험해 본 적 없는 순탄대로였다. 자신의 위에 누군가 있어 본 적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옆에 누군가 있어 본 경험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유럭대선후보로 시작했다. 자만이었을까? 아니면 도취였을까? 그도 아니면 그것이 안철수라는 인간의 바닥이었을까? 일찌감치 그 한계를 꿰뚫어 본 나의 혜안에 다시 한 번 감탄할 뿐. 그런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튼 이래서 나는 이상만 앞세운 정치초짜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미지만 앞세워 정치판에 기어들어오는 신인들을 경계하고 불신한다. 정작 새정연 안에 있으면서 같은 당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없었다. 동지라는 연대의식이 없었다. 너희들도 혁신의 대상이다. 내가 바꾸어야 할 대상이다. 어설프면 차라리 무모하다.


야당의 패배는 결정되었다. 그러고도 여전히 문재인에게 탓을 돌리고 있다. 자기가 고집한 대로 들어주지 않았다고. 아이들 떼쓰는 꼬라지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다. 어른은 최대한 눈치를 봐가며 들어줄 수 있는 것들만 요구한다. 아이들은 그런 계산이 없다. 박근혜는 하늘이 내린 대통령이다. 축하한다. 참 역겹다.


결국은 야당의 혁신만이 남았다. 안철수도 떠나고, 비주류도 따라 떠나고, 그러면 개혁신당부터 미뤄온 정당의 개혁을 시작할 때다. 아예 더 강력하게 정당의 구조를 개혁한다. 더 강력하게 대중을 향해 개혁이라는 이슈를 밀어붙인다. 유일한 돌파구다. 유일하게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부디. 어이없다. 하찮은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