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시작은 고대 로마부터 거슬러올라간다. 케사르의 유언을 보더라도 그 의미와 의도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자신의 재산을 자신이 속한 공동체 공화국에 돌려준다. 로마의 시민은 로마라는 공동체에 속한 공동운명체인 것이다. 자신의 재산 가운데 로마라는 공동체에 속한 부분을 인정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봉신들이 자신들이 점유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대가로서 군주에게 상속세를 지불하고 있었다. 원래 유럽의 봉건영주들에 속한 영지는 국왕에 의해 충성의 대가로 당대에 한해 임대된 것이었다. 아마 아직도 그래서 영국에서는 모든 토지의 소유권은 국왕인 여왕에게 귀속되어 있을 것이다. 단지 토지를 개발하여 이익을 누릴 권리만을 개인에게 영구히 양도한다.
문제는 일단 한 번 손에 들어온 것을 다시 내놓기 실은 너무나 당연한 사람의 욕심에 있었다. 당장 봉신들에게도 딸린 봉신들이 따로 있었고 그들 역시 국왕으로부터 받은 땅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었다. 땅을 돌려주는 순간 봉신들까지 모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아무리 국왕의 봉신이 죽으면서 약속대로 땅을 다시 돌려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어쩔 수 없이 봉신의 가문 안에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같은 서로 같은 이해와 목적을 확인한 봉신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왕에 대항하여 연대하기 시작한다. 국왕이 봉신들에게 땅을 나눠준 이유는 그로부터 나온 수입으로 무장을 하고 자신을 위해 무력을 동원하라는 뜻이었다. 정작 약속을 어긴 봉신을 공격할 군사를 모으는데 다른 봉신들이 협력하지 않는다. 아니 자칫하다가는 자기가 오히려 당할 판이다. 어째야 할까?
그래서 나온 타협안이 상속세인 것이다. 그래, 너희가 봉지를 자기의 혈족들에 유산으로 상속하는 것을 인정하겠다. 대신 자식들 역시 계속해서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토지를 상속받는 대가로 세금을 내도록 하라. 결국은 이 경우도 상속의 대상인 토지에 대한 원소유주인 국왕의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유재산이지만 온전한 개인의 소유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현대사회에 들어 상속세를 폐지하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사유재산에 대한 개념이 보다 확고해지면서 자기의 소유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받게 된다. 이미 재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법이 정한 세금을 모두 냈던 점도 고려되었다. 자칫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에 와서 상속세를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적지 않을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상속세는 필요한가. 상속세는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하는가. 내가 뭐 상속받을 재산씩이나 있어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충분히 고려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그것은 나중에.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는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개념들이 너무 많다. 확인하고 확정해야 한다.
상속세를 내지 않아 부를 세습하다는 것이 과연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어차피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 계속해서 부자로 살든 또한 내가 아랑곳할 바가 어디 있는가. 생각만 많다. 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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