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위안부 협상과 참을 수 없는 외교적 무능함...

까칠부 2016. 1. 5. 04:24

단서란 전제다. 전제란 구속이다. 곧 귀속이고 종속이다. 


"오늘 밥을 사면 내일 내가 영화를 쏠게!"


그러자 상대가 되묻는다.


"그럼 내일 영화 안보면 오늘 밥도 안 사도 되는 거지?"


취임초 아마 대통령은 일본정부에 그렇게 선언했을 것이다.


"종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없으면 일본과의 관계정상화 역시 없다."


그런데 결국 일본과 관계정상화를 해야만 하는 시급하고 중대한 이유가 생긴다면 어쩌겠는가?


더구나 일본과의 외교관계란 한국정부가 단독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국정부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관계가 바로 미국과의 동맹관계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태평양과 동아시아에서의 이익은 바로 한일동맹을 통해 유지되고 지켜준다. 갈수록 무섭게 성장해가는 중국을 견제하고 억압하기 위해서도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칼과 방패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멀어지고 한국이 오히려 중국과 밀착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


하필 일본정부가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던 시기 미국정부의 눈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중국정부의 열병식에 참가한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정부는 여전히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 한국만 미국을 무시한 채 중국에 더 밀착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일본은 믿을 수 있지만 한국정부는 믿을 수 없다. 한국정부에 보다 강하게 믿음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대로 한국정부에만 한일관계의 문제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미국의 태평양에서의 이익과 비교했을 때 종군위안부 문제는 미국의 입장에서 아주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정상회담과 종군위안부 문제를 연계하지 않았더라면. 설사 연계하더라도 오히려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말했더라면. 우리가 먼저 일본과 정상회담도 하고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도 보이면서 종군위안부 해결에 대해서도 별개로 끊임없이 요구하고 노력해 나갔더라면 그 부담은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그런 걸 잘한다고 지지해 준 국민이며 언론도 문제다. 외교는 감정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위안부 문제를 그 수단으로 삼고 말았다. 설마 그런 정도도 예상 못하는 바보들만 정부에 있는 것인가.


오래전부터 지적해 왔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절대 건드려서는 안되는 천황까지 건드리는 것을 보며 위험하다 느끼고 있었다. 한일관계는 미국의 태평양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축이다. 한국과 일본 둘 중 어느 쪽도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서는 곤란하다. 만에 하나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일본이 아닌 한국이다. 어째서 자꾸 일본에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선택만을 하는 것인가. 미국의 인내심이 바닥나는 순간 반드시 한일관계에서 한국은 수세적 입장에 놓이고 말 것이다. 명분도 실리도 다 잃는다.


결국 이렇게 결론지어지고 말았다. 어느날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떨어지는 인기를 잡아보겠다고 국민의 대일감정을 자극하는 순간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할 수 있다. 현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얻어보겠다고 위안부 문제와 관계정상화를 연계한 순간 필연적으로 이르게 될 결론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몰랐다면 바보고, 알고도 그랬다면 추악한 것이다. 차라리 바보가 나을까? 사악한 사기꾼에 협잡꾼이 더 나을까?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대한민국 국민 자신이 선택한 현실이다.


대일본관계만이 아니다. 대북관계도 마찬가지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없다. 그래서 북한과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생긴다면 그때는 어쩌려는가? 그러면 그때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고 넘어가겠는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관계를 긴밀히하고 대화를 늘려간다. 끊임없이 교류하고 관계를 개선하면서 그것을 북학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 그래서 선핵포기를 주장하고 나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전을 보이고 있는 중인가.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마저 거의 잃은 채 북한의 중국종속만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


어설프게 외교를 감정으로 하려는 결과다. 감정에 익숙한 대중의 눈높이에서 외교적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 결과인 것이다. 외교란 비즈니스다. 철저히 이익과 손해를 따져 움직이는 이성과 논리, 계산의 싸움이다. 이런 게 포퓰리즘이다. 그저 한심스러울 뿐. 그런 정부를 지지하는 것이 바로 국민들 자신이다.


벌써부터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아마추어라 하더니 더 아마추어스런 외교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저들 정부이고 여당이다. 아무런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한다. 문제제기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야당은 지리멸렬이다. 분열주의자들을 더 증오하게 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저들은 승리한다. 절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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