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문재인과 안철수의 차이...

까칠부 2016. 3. 7. 02:26

임진왜란 당시 칠천량에서 수군이 아예 와해되다시피 하자 조정에서는 이순신에게 육지에서 싸울 것을 명령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순신은 이리 대답한다.


"아직 12척의 배가 있고 내가 살아 있다."


일본군을 막자면 반드시 바다를 지켜야 하고 자신과 12척 남은 조선의 수군에게는 아직 그럴만한 힘이 남아 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만 한다.


그게 리더십이거든. 회사가 망해간다. 제품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적자가 누적되며 재정상태도 악화되어간다. 그러니 어차피 망한 회사 그만두고 새롭게 시작하자. 하지만 아직 지금의 회사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남아있지 않은가.


신뢰의 차이다. 믿음의 차이다. 더민주-아니 당시는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정통의 제1야당을 믿는다. 소속 국회의원들을 믿고, 당직자들을 믿고, 당원들을 믿는다. 지지자를 믿는다. 조금만 더 잘하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문재인이 당을 위해 대표로서 한 일들이란 어쩌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당이 가진 자원들을 활용해서 최대한 당의 경쟁력을 높인다.


이전의 다른 대표들도 충분히 고민하고 실제로 실천까지 했던 일들이었다. 그것을 더욱 명확히 더욱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옮긴 것 뿐이었다. 당의 체제와 시스템을 개선하고, 인적구성을 혁신하고, 그리고 외연을 넓힌다. 그것만으로도 어쩌면 제 1야당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선거에서 참패까지는 하지 않을지 모른다. 아니 오히려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묵묵히 악랄하다고 말해도 좋을 그 집요한 흔들기에도 끝끝내 물러서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였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일들이 성공만 할 수 있다면.


그에 비하면 안철수는 자신이 당을 박차고 나가 만든 국민의당에서조차 당과 당원들을 믿는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정당이 유의미한 성과를 이루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안철수가 더민주를 박차고 나갔던 이유였다. 더민주로는 희망이 없다. 아니 어쩌면 더민주 정도는 자신의 개인적 인기와 지지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정통야당이 괜히 정통야당이 아니다. 심지어 안철수가 만든 국민의당조차 정통야당의 또다른 변주에 불과했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갈라져나갔지만 그러나 열린우리당 또한 넓게 보면 민주당의 하나였다. 당 안에 여러 계파가 있으나, 아니면 계파들이 따로 나가 새로 당을 꾸리나. 그런데 그같은 자신의 당의 지지층의 요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끊임없은 지지율의 추락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길 궁리를 해야 한다. 이겨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 그것을 주위에 납득시킨다. 오히려 당대표에서 물러나고 문재인의 지지율은 최고를 달리고 있다. 잠시나마 반기문을 상대로도 차기대권주자로서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었다. 더민주를 바꾸었다. 제 1야당을 바꾸었다. 선대위장겸 비대위자인 김종인이 누리는 무소불위의 권위까지 모두 문재인의 전적인 지지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자신을 내려놓고 당을 위해 모든 최선을 다한다.


자신을 비우면 길이 보인다. 진정 자신을 이기게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안다. 당을 믿는다. 당원을 믿는다. 지지자를 믿는다. 그들로 하여금 이기게 만들 방법을 찾는다. 더민주가 잘하니 자신의 지지율도 올라간다. 자신의 지지율이 높으니 당의 지지율도 높다. 차이가 바로 거기에 있다. 나만 존재한다.


문재인의 인간적인 매력은 여기저기서 전해듣는 것이 있다. 하지만 리더로서도 적절한가. 이제까지 없었다. 우리나라 정치사상 이런 타입의 리더는 어디에도 없었다. 유시민의 말에 동의한다. 어쩌면 문재인이야 말로 누구보다 청와대가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요즘 새삼 더욱 깨닫게 된다. 특히 국민의당에서 안철수가 보이는 모습을 보면 더욱 비교가 된다. 김무성은 차마 말하고 싶지도 앟다.


당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을 생각한다. 무엇을 어떠게 해야 하는가 그 고민만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도 있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나마 지도부와 다른 입장을 내놓는 것은 컷오프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 할 의원들을 위한 것이다. 배려가 일상에 녹아들어 있다. 대단하다. 감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