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서도 나오지만 가끔 어떤 만화책들은 전혀 아무런 사전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느낌만으로 집어들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해적판이었다. 그것도 아주 조악한. 표지만 봐서는 아무리 봐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다시피 이니셜D의 작가는 그다지 그림을 예쁘게 그리는 타입이 아니다.
그런데 느낌이 있었다. 이건 재미있겠다. 분명 재미있다. 그래서 집어들고 보기 시작했다. 정식번역판이 발매되기 시작한 것이 그로부터 몇 달 뒤. 한동안 해적판도 안나오고 미치는 줄 알았다. 사람들이 완결나면 만화책을 보기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좋은 작품일수록 그 기다림은 가혹하고, 그렇기 때문에 기다림 끝에 만나는 그 순간은 황홀하다. 그런 작품들이 훌륭한 작품들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역시 배틀물은 한계가 있다. 초기 설정과 스토리진행을 위한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다. 처음 볼 때는 재미있는데 결과를 알고 나면 그때부터 흥미다 사라진다. 드라마가 약하다. 당시의 충격은 지루함으로 바뀌고 만다. 하기는 언제부터인가 아예 읽지를 않았다. 건너건너건너 마지막 권만 찾아 읽는다. 허무함일까? 왜 이 만화를 다시 보았을까.
그래도 당시 느꼈던 충격은 대단했다. 이런 만화도 있었구나.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도 있었구나. 하기는 그래서 거의 외우다시피 보았다. 당시 나왔던 전권을 사기도 했었다. 그렇다. 36권까지. 그 이후로는 영... 아마 그래서 더 다시 읽는 것이 지겨웠던 것일지도. 추억을 떠나보낸다. 괜히 보았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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