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김용민만 붙잡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째서 문재인은 그 수모를 감수해가며 끝끝내 시스템공천을 관철하고자 했던 것일까. 당이 깨지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시스템공천만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간단하다. 그게 이유였거든. 2012년 다 이겼다 여겼던 선거에서 끝내 패배하고 만 이유.
물갈이 좋다. 문제있는, 무능하고 낡은 정치인들을 새인물로 바꾸는 것이야 당연히 나쁘지 않다. 그런데 어느 정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지지자든 국민이든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당사자조차 불만을 가지지 못하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앞세워 물갈이도 해야 한다. 여기서도 나오는 이름이 있다. 친노에 의해 공천학살이 이루어졌는데 그래서 얼마나 원칙을 가지고 당의 정체성에 맞는 인물들을 공천했는가. 국민은, 지지자는, 당원들은 그에 만족하고 있었는가.
오히려 그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이 야당의 내분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우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었다. 아예 당을 뛰쳐나와 따로 당을 차린 사람들이 있었다. 그 만큼 표가 분산되어 떨어진 지역도 몇 곳 있다. 그래서 최소한 이번만큼은. 너무나 중요한 이번 총선 만큼은. 그리고 제 1야당의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준을 세우자. 그것이 시스템공천 아니던가.
그런데 이게 무언가. 정청래의 막말은 공천위원 누군가의 말처럼 귀여운 수준이다. 심지어 순천 내려가서 특정인 당선시키면 예산안 통과 안시키겠다며 막말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종교행사에 참석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 - 아예 대놓고 모욕적 막말을 지껄인 국회의원이 있었다. 당의 기밀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언론에 흘림으로써 당에 피해를 주었다. 원내대표라는 인간은 당무를 거부하고 당대표에게 유신을 거론하는 막말을 퍼부은 전력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어찌되었는가.
다른 원칙이나 기준이 있어서가 아니라 비대위원들의 호불호에 의해 갈렸다고 한다. 인기투표다. 마음에 안들면 자르고, 자기에게 이익이 안되면 떨어내고, 쫓아내는 것이 이익이 되면 그리 한다. 기준이 없다. 원착이 없다. 그러니 지지자들이라고 만족하겠나. 2012년의 재현이다. 비대위를 장악한 비주류의 쿠데타다. 시스템공천을 무력화한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공천을 좌지우지한다. 자기들 입맛대로 자기들 유리하게 공천을 하겠다. 당원도 지지자도 외면한다. 어차피 그놈들은 자기들 찍어준다.
아니나 다를까 열성지지자를 중심으로 이번 결정에 비판적인 지지자, 혹은 우호적 유권자들에 대한 공격이 전방위적으로 이어진다. 인신공격까지 가한다. 내가 이런 것 싫어해서 노빠들과도 척을 졌다. 노무현을 끝까지 찬양하지 않으면 변절자다. 한나라당이다. 매국노다. 무조건 야권지지자라면 제 1야당이 똥을 싸든 광화문앞에서 자위를 하든 무조건 찍어주어야 한다. 나라를 팔아먹고 아예 창씨개명까지 하자고 해도 새누리당을 막아야 하니까. 새누리당은 북한을 막아야 하고, 제 1야당은 새누리당을 막아야 하고. 당장 오늘 무엇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참 나라꼬라지 잘 돌아간다.
문재인에게 걸었던 기대가 그거였다. 문재인 이후 더민주에 걸었던 기대도 그것이었다. 조금은 달라지겠거니. 조금은 그래도 바뀌는 것이 있겠거니. 나도 이제 지쳐서 더이상 그렇게 엄격하게 재고 따지는 것 못하겠다. 대충 비슷하기만 해도 이번에는 넘어가주겠다. 그조차 안된다. 도저히 이놈들은 망하기 전에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김종인은 결국 제 1야당의 대표로서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사 정청래가 승복하고 받아들이더라도 나는 못하겠다. 정청래를 위해서가 아니다. 나를 위해서다. 내가 지지하게 될 정당을 위해서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주어야 할 한 표를 위해서다. 이따위로 정치하는 놈들을 더이상 봐주지 못하겠다. 똥이 더러우냐 오줌이 더러우냐. 그냥 둘 다 더럽다. 국수 먹고 토한 것과 밥먹고 토한 것 가운데 뭐가 더 더러운가. 둘 다 더럽다. 덜 더럽다고 괜찮은 것이 아니다.
정의당도 만만치 않게 싫기는 한데... 그러나 그래도 그들은 기대만큼은 해주니까. 새삼 새누리당에 비판적이면서도 한결같이 표를 주는 유권자들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새누리당은 최소한 무엇을 하려는지 미리 알 수 있다. 어차피 욕할 것 알고서도 결국 욕하며 기대대로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제 1야당은 아니다. 믿을 수도 없고 믿어서도 안된다. 다시 반복이다.
착각하고 있다. 정청래 한 사람 때문인가. 공당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지지자와의 신의의 문제다. 이기기 위한 공천을 하겠다. 공천위원도 말하더라. 정청래는 모든 점수가 높았다. 하지만 지도부가 싫어했으니. 잘하는 짓거리다. 그래도 지지해야 한다며 욕해대는 지지자 역시 잘하는 꼬라지다. 어이없어 웃는다. 한심하다.
'정치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청래 컷오프에 분노하는 이유... (0) | 2016.03.11 |
---|---|
그렇게 중도가 중요하고 통합이 중요하면... (0) | 2016.03.11 |
더민주의 항복... (0) | 2016.03.10 |
정청래 컷오프? (0) | 2016.03.10 |
테러방지법 - 법조문이 구체적이어야 하는 이유... (0) | 2016.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