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까지의 상황을 돌아보자. 과연 박영선과 이종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가. 누가 진정 당을 지키려 했고, 누가 당을 위기로 내몰았는가. 당이 깨지려는 상황에서 이리저리 살피며 기회를 노리던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앞장서서 당을 지키던 사람이 있었다.
국민의당이 요구한다. 연대하려면 이들부터 자르라. 통합하려면 이들부터 쳐내라. 그리고 쳐냈다. 그런데도 부족하단다. 상전이다.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더민주에 남아있는 이들 가운데 제법 목소리 좀 낼 수 있는 것들이 바로 자기들 부류다. 김종인은 너무 머리가 좋다. 괜히 쓸데없는 수고나 분란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더민주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 1야당의 전통이다. 항상 어딘가 주눅들어 눈치보다 결국 남이 하자는대로 먼저 따르고 만다. 어차피 기존의 지지자들은 집토끼다. 가만 내버려두어도 표를 준다. 표를 주지 않을 다른 쪽 눈치만 보다가 항상 실망과 배신감만 안기고 만다. 그래도 새누리당을 막아야 하니 제 1야당을 지지해야겠지. 그것도 한두번이다.
당연히 노선이 다르면 당을 뛰쳐나가 새로 당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있는 정당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새로운 자신의 선택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도의다. 당에 남아있다는 것은 당의 노선과 지향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동지적 동질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당을 뛰쳐나간 사람들을 위해 당을 지키려던 사람들을 희생시킨다.
박영선만 아니었다면. 이종걸만 아니었다면. 박영선이나 이종걸이나 그동안 당에 끼친 해악이 얼마인가. 박영선은 몰라도 이종걸은 아마 자기 지역구에서도 그다지 여론이 좋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남고 정청래는 내쳐졌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 국민의당이 요구하고 정청래는 컷오프당한다. 그마저도 부족하다며 국민의당은 윽박지른다. 이제 더민주는 어찌할 것인가. 더 잘라낼까? 더 쳐낼까?
만일 이대로 국민의당과 통합하고 김한길등이 다시 입당하면 재미있어지겠다. 그냥 쓰레기다. 쓰레기통이다. 아무리 새누리당이 싫다고 쓰레기통에 내 표를 내버릴 수는 없다. 아니길 바라지만. 그러나 지지자들 하는 소리 들어봐도 결국 이기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나를 위한 승리는 아니다. 최소한 정치도의도 모르는 파렴치한 놈들의 손에 쥐어질 권력을 위해 내 승리까지 양보할 이유는 없다.
도의도 원칙도 없다. 상식도 신념도 없다. 그것이 지금 제 1야당의 현실이다. 결기가 없다. 싸우겠다는 의지가 없다. 적당히 눈치나 보다가 최악만 피해야겠다는 비루함만이 가득하다. 할 수 없다. 표를 버릴 수는 없으니 다른 대안을 찾을 밖에. 더민주 후보 한 사람밖에 없다면 그냘 눈물 좀 흘려야겠다. 최악의 상황이다.
참 아침부터 더러운 뉴스다. 박영선과 김한길의 정치질이 성공했다. 문재인이 애써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그들을 위해 농락당한다. 더민주는 바뀌지 않는다. 망하기 전에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다시 깨닫는다. 정청래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그 본질의 문제다. 토할 것 같다. 생각하지 않는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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