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뱀파이어 탐정 - 탐정은 추리하지 않는다!

까칠부 2016. 4. 4. 05:56

사실 추리물을 보다 보면 추리란 것이 단지 추리를 위한 추리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상당하다. 어차피 작가가 미리 정해놓은 결론에 맞춰 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나 여러 조건과 상황들을 거꾸로 구성해가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칫 조금만 소홀해도 그같은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독자들에게 노출되고 만다. 한 마디로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단지 작품만의 설정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추리물을 만들기가 무척 어려운 이유다. 추리의 대상이 되는 트릭을 만들기도 어렵고, 그러면서 그 트릭이 개연성을 가지고 설득력있게 받아지도록 만드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OCN의 드라마 '뱀파이어탐정'은 매우 영리하다 할 수 있다. 괜히 수고만 더 들고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은 추리를 전적으로 주인공인 뱀파이어 윤산(이준 분)의 초능력에 맡김으로써 그 부담을 피해가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추리하기까지 길고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을 테지만 뱀파이어는 굳이 그같은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추리가 짧게 끝나고 나면 나머지는 작가의 의도를 담아낼 여백이 된다. 이를테면 액션이나, 일반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통속적인 감정들을 그 안에 채워넣을 수 있다. 다만 과연 그같은 시도가 시청률과 직접적으로 이어질까는 아직으로서는 미지수다.


첫째 덕분에 스릴러로써 추리라는 자체가 주는 흥미나 긴박감 같은 것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각각의 단서들이 가리키고 있는 사실과 진실들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탐정은 어떤 과정을 통해 그 진실에 다가가는가. 그런데 주인공 윤산의 눈이 잠시 다른 색으로 바뀌고 나면 사라진 시체마저 볼 수 있게 되고 보면 그런 긴장감같은 것이 남아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액션이 흥미로운가면 굳이 주인공이 뱀파이어야 하는 필연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다지 특색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차라리 아예 뱀파이어라는 사실이 한 눈에 드러나도록 특수효과를 동원해서 더 과장대고 극적인 액션을 연출했더라면. 사건이 해결되고 나서의 여운이라는 것도 통속성을 벗어나지 않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런 주제는 지금까지 너무 많았다.


아직 캐릭터에 대한 적응이 끝나지 않은 듯 공간이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몰입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등장인물들 만큼이나 추리나 뱀파이어 등 각각의 요소들 역시 하나로 녹아들지 못하고 있었다. 흥미롭고 부분적으로는 재미가 있느데 전체적으로 조화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부분적인 재미가 전체의 조화를 대신할 정도로 압도적인 것도 아니다. 그냥저냥 무난한 느낌일까? 나쁘지는 않지만 일부러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다. 그나마 윤산이 쫓고 있는 그 의문의 여인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기는 할까. 그때쯤에는 정신없이 앞을 향해 달리고 있어야 한다.


벌써 몇 년 전이다. 같은 방송국에서 방영한 '뱀파이어 검사'라는 드라마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하필 제목에 똑같은 '뱀파이어'가 들어가고 있었다. 기대치가 너무 컸을 것이다. 전혀 별개의 드라마지만 단지 제목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시작부터 높은 허들이 주어진다. 뱀파이어라는 설정을 활용하는 방식부터 너무 다르다. 그 점이 그래서 한 편으로 흥미롭기도 하다. 빈 공간이 너무 많이 보인다.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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