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당대표며 유력대선주자를 흔들려면 얼마전까지 박지원, 주승용, 안철수, 김한길, 이 쯤 되는 인물들이 전면에 나섰다. 다른 사람을 앞세우더라도 그 뒤에는 항상 그 정도 되는 거물들이 있었다. 그런데 뭔가. 한 계파의 보스라기도 그렇고, 고작 3면 사지라던 호남에서 살아돌아온 게 전부다.
하지만 그래도 된다. 왜냐면 그들의 지역구는 호남이니까. 여전히 더민주의 정체성은 호남이다. 호남에서 시작했고 호남의 지지를 자양분삼아 여기까지 함께 커 왔다. 야권이란 그같은 호남과 제 1야당을 중심으로 뭉친 비호남과의 연합이다. 그 주도권은 분명 호남에 있다. 문재인이 굳이 호남에 가서 무릎을 꿇어야 했던 이유다.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야권 대선주자로서 자격이 없다.
비호남에서 아무리 압승을 하고 원내 제 1당이 되었어도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야권후보로서 자격이 없다. 아니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죄인이 되어야 한다. 만일 거부한다면 그것을 명분삼아 자신들은 탈당하여 국민의당으로 갈 것이다. 호남의 뜻을 거부한 것만으로 충분히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호남을 거부했다. 저들이 저리 자신있어하는 이유다. 아무리 자신들이 앞장선다고 고작 3석이 전부인데 호남과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자신들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바로 비호남 야권지지자들이 느끼는 서운함과 분노의 정체다. 호남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호남 말고는 야권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호남만이 존재한다. 인정한다. 그것을 전제했다. 오히려 옳다고 생각했다. 호남이 정의다. 호남이 대의다. 그래서 비호남조차 호남의 깃발을 들고 제 1야당 앞에 모인 것이었다. 미안하다. 호남에 쓸데없는 환상을 가지고 기대를 걸어서. 그마저도 비웃는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부당한 현실이 화가 나서 아무거라도 하고자 했을 뿐인데 가치없다 조롱한다. 비호남만 호남을 모욕한 것이 아니다.
영남패권, 친노패권, 호남홀대... 그것이 비단 문재인만 겨냥한 것이었을까. 문재인의 뒤에 있는 비호남의 친노유권자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었다. 친노의 실체는 바로 그들의 뒤에 버티고 있는 다수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일 테니까. 호남도 있을 테지만 비호남도 상당하다. 그들과 함께 친노는 오래전부터 영남에서 지역주의와 싸워왔다. 그런데 패권이라 말한다. 다수 유력한 정치인들이 편한 길을 버리고 사지로 스스로 걸어들어갔건만 그조차 패권주의다. 지역주의 없애자고 균형발전을 앞세웠건만 그것이 호남홀대다. 제 1야당은 호남만을 위한 정당인가. 그렇다면 그동안 동지라 여기며, 친구이고 가족이라 여기며 함께했던 나머지 비호남 지지자는 무엇인가. 말했다. 조롱으로 돌아오더라고. 그래도 설마 호남이 바른 판단을 내려주겠거니.
단순히 국민의당이 호남을 싹쓸이한 것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그럴 수 있다. 오히려 이정현이나 정운천 등 새누리당의 당선에 대해서는 그다지 말하는 사람이 드문 이유가 그것이다. 유권자로서 당연한 판단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어제까지 동지이고 친구이고 가족이었던 - 그러나 결국 혼자만의 일방적인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만다. 그동안 호남의 투표는 희생이었다. 호남은 그저 표셔틀만 했을 뿐이었다. 너희는 그저 남이다. 비호남은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서 호남만이 무조건 이해받아야 한다. 어째서 비호남 야권지지자들이 이토록 혼란에 빠져 있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더민주가 총선에서 승리했어도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씻지 못할 죄인이다. 심지어 아예 정계에서 은퇴하라 압박하는 것을 그냥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만 한다. 더민주는 호남당이니까. 호남소유니까. 호남에 권리가 있으니까. 그야말로 나머지 비호남 야권지지자는 표셔틀 아닌가. 아무 자기 입장도 드러내지 못하면서 그저 호남이 하자는대로 따라야만 하는. 아무것도 아닌데 문득 본전생각이 들고 만다. 도대체 그동안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결국 몇 번이나 썼지만 호남과 비호남 야권지지자의 차이만을 확인한 선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호남이 모욕받았듯 비호남도 모욕받았다. 그나마 호남은 한풀이라도 할 수 있다. 비호남은 지역비하가 아니냐는 말에 찔끔 분노조차 안으로 삭여야 한다. 여전히 호남은 옳다. 더민주는 호남당이다. 그나마 호남은 더민주를 버렸다 당당히 이야기해주는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얼마나 고마운가. 그렇다면 차라리 버리기라도 하던가. 당연히 호남이 제 1야당을 지지해야 하는 것처럼 제 1야당도 호남의 지지를 받아야만 한다.
야권에도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다. 성골이 있고 천민이 있다. 호남은 주류고 성골이다. 비호남은 비주류이며 천민이다. 물론 감정이 시키는 말이다. 이성이 시키는 말은 다로 있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은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쓰는 글이다. 비호남은 버려진다. 여전히 호남만이 옳다.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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