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문재인의 거취가 중요한 이유 - 비주류가 망했다는 뜻

까칠부 2016. 4. 19. 02:07

총선기간에도 썼었지만 원래 비주류는 이번 총선에서 이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겨봐야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비주류의 다수는 안철수를 따라 국민의당으로 갔다. 더민주가 만에 하나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고 이대로 계속 간다면 자시들은 영원히 소수파로 남아야만 한다. 국민의당과 합당하더라도 그만한 명분과 지분을 확보해야만 합류하게 될 동료들도 힘을 쓸 수 있다. 결론은 더민주는 총선에서 망해야 한다.


호남에서의 말도 안되는 공천도 그를 위한 포석이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인사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들이 정작 총선에서 낙선이라도 하면 큰 일 아닌가.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다른 계파를 죽이기 위해서 일부러 무리한 공천을 일삼았었다. 확실하게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를 비우고, 유력한 후보들을 어려운 사지로 내보내고. 국민의당 주워가라고 의도적으로 컷오프하여 내보낸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총선에서 망하고 국민의당 주도로 당을 합치면 그때는 자신들이 주류가 된다. 좀 그 머리를 생산적인 데 써보든가.


총선 막바지 찌그러져 있던 김한길이 갑자기 얼굴을 내밀고 부지런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던 이유였다. 최소한 국민의당의 선전은 알았다. 더민주는 망할 것을 예상했다. 실제 원내 제 1당이라고 하지만 정작 지역구 가운데서는 아주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다만 몇 십, 몇 백 표라도 다르게 움직였으면 결과는 바뀔 수 있었다. 더민주가 망하고 국민의당이 살아남는다면 그때는 자기가 주도하여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통합을 성사시킨다. 괜히 김한길이 아니다.


그런데 상황이 꼬였다. 안철수의 표정이 안좋을 만했다. 국민의당이 예상외의 성적을 거둔 것은 좋은데 정작 더민주는 그보다 더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호남을 잃은 대신 부산경남과 강원까지 전국에 지역구를 뚫었다. 수도권에서도 압승했다. 국민의당까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일방적으로 흡수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지고 말았다. 38석의 국민의당도 그렇지만 123석으로 38석을 집어심킨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당대당 통합을 하기에는 불과 1년 반 남짓 남은 대선이 걸린다. 한 당에 대선후보는 한 명이어야 한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안철수가 3자대결론을 끄집어낸이유다. 더민주와의 통합은 없다. 더민주와의 통합을 호시탐탐노리는 당내 호남파에 대한 경고다. 하기는 어차피 호남파 역시 당장은 바로 통합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한 편으로 더민주에 남아 있던 호남파 셋이 총대를 매고 문재인의 은퇴를 요구한다. 박지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문재인만 사라지면 더민주에도 안철수와 경쟁할만한 대선후보는 남아있지 않게 된다. 문재인이 사라진 더민주를 단일대선후보로서 안철수가 자연스럽게 통합이라는 형식으로 접수한다. 더민주 비주류의 행보를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분명 어떤 형태로든 문재인을 흔들려 할 지 모른다. 문재인이 나가떨어져야 더민주는 국민의당에 흡수되고 자신들의 입지가 넓어진다.


물론 그러기 전까지는 비주류는 완전 망한 상황이다. 당내의 모두가 알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가 어째서 그토록 고전해야 했는지. 호남을 어째서 저렇게까지 처참하게 잃어야 했었는지. 당장 그로 인해 억울하게 컷오프당했던 당내인사들이 있었다. 겨우 살아돌아왔지만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결코 적지 않았다. 벌써부터 약을 친다. 김종인이 그나마 저들의 방패막이다. 김종인을 합의추대하려 비대위를 중심으로 모인다. 문재인을 압박한다. 그러나 문재인은 더이상 당무와 거리를 두며 개입하지 않는 상황이다.


재미있어졌다. 한 번 제대로 파봤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동안 비대위가 저질러 온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하는 판단과 행동들에 대해서. 선택과 결정등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의 선거전략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를 돕는 듯한 행보마저 아끼지 않았었다. 문재인의 거취가 중요한 이유다. 문재인이 사라지면 저들의 뜻대로 된다. 저들이 바라는대로 된다. 끔찍하다.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승리가 만드는 혼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