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4.13총선과 더민주에 주어진 숙제, 홀로서기를 위해...

까칠부 2016. 4. 17. 03:32

더이상 호남은 없다. 항상 안정적으로 최소한 2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른바 텃밭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도권에서처럼, 그리고 영남에서처럼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도 결과를 기다려야만 한다. 한 석이라도 얻으면 뛸 듯이 기쁜 것이고, 모든 의석을 다 잃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각오로 덤벼들어야 하는 원래 있었던 지역구가 이제 더 더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호남을 잃은 뒤에도 123석이라는 적지 않은 의석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잘만 관리하고 유지하면 아주 망하지 않을 정도의 의석은 확보할 수 있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의석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조금이라도 잘못한다면 호남이라는 확실한 지역기반을 상실한 이상 자칫 0석이라는 참혹한 숫자도 각오해야 할 지 모른다. 호남은 비단 지역으로서의 호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호남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전국의 수많은 유권자들을 의미한다. 그들로부터 외면당한다면 더민주는 더이상 존재할 수 없다. 더 잘해야 한다.


절박해져야 한다. 전처럼 호남이라는 든든한 지지기반 하나 믿고서 방만한 모습을 보이다가는 이번에는 진짜 큰일난다. 싸우는 것은 좋지만 합리적으로 최소한의 원칙과 규칙을 지켜가며 잡음없이 끝내는 모습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이 최소한 더민주라는 정당에 실망하지 않도록. 이번에 더민주에 표를 몰아주었던 지역구 주민들에게 본전생각이 들지 않도록. 혹은 다른 정당, 다른 정치인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가지지 않도록 모든 것을 던져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당위다.


다행히 강단있는 김부겸이 원내로 돌아오면서 더민주 내부의 질서를 잡으려 하고 있다. 김부겸이라면 믿을 수 있다. 추미애 역시 당대표가 된다면 확고하게 소신을 가지고 당을 이끌 수 있는 당당한 여장부다. 대선지지율 1위의 문재인이 뒤에 버티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친노를 비롯 문재인이 영입한 인사들 다수가 당선되며 명실상부 최대계파를 이루었기에 진짜 책임있는 계파정치라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더민주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쓸데없이 자잘한 계파들이 난립하며 누군가에게 확실한 책임이 지워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명분과 힘 모든 면에서 친노는 이제 더민주의 주인이나 다름없다. 모든 책임은 그들에게 돌아간다.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나마 성형수술은 마취라도 하고 난 뒤에 한다. 그러나 정치의 변혁은 마취같은 것 없이 오로지 그 모든 고통과 상실을 스스로 감당하며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중심이 필요하다. 가장 크게 희생하면서 그러면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확실한 존재가 필요하다. 이를 악물고 살을 가르고, 뼈를 부수며, 마침내 내장까지 드러낸 뒤 모든 것을 스스로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전혀 새로운 모습이 되어 국민들을 설득한다. 이만하면 모두의 선택을 받기에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부모의 품을 벗어나 홀로서야 하는 아이와 같은 처지다. 호남이 더민주의 손을 놓아준 것은 시련이지만 한 편으로 기회여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가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과연 더민주는 호남 없이도 스스로 홀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야말로 광야에서 홀로 성장하여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비로소 진정으로 제 1야당의 지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만일 가능하다면.


실망할 필요 없다. 좌절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욕심낼 필요도 없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다. 한 정당과 한 지역으로. 텃밭같은 건 정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당연히 출마하면 당선되는 지역이라는 것도 이상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자신을 갈고 닦는다. 선택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성공한다면 더민주는 내가 기대한 그런 정당이 될 수 있다.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기대해 본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