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스터 국수의 신 - 김길도라는 매혹적인 악의 존재, 흥미로운 출발

까칠부 2016. 4. 29. 04:37

무엇보다 악역 김길도(조재현 분)의 캐릭터가 무척 흥미롭다. 하기는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원래의 한심하고 부끄러운 초라한 자신이 아닌 더 멋지고 대단하고 훌륭한 누군가의 삶을 살기를 꿈꾼다. 그를 위해 평생을 노력하며 그것을 보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아예 원래의 자신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신으로부터도 자연스럽게 잊혀지고 만다. 지금의 자신이 바로 원래의 자신이다. 자신이 간절히 바라던 자신이 진짜 자신이다. 그렇게 믿어 버린다.


물론 차이는 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다.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한다. 최소한 인지한다. 자신과 타인은 다르다. 자신은 결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없다. 무한히 가까워질 수 있지만 가까워지는 것이 같아지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은 자신으로 남는다. 그래서 자기를 부정하기 위한 노력 역시 자신을 위한 자아실현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그마저도 자신의 선택이며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결과다. 그런데 김길도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자신이라는 것이 없었다. 간절히 지켜야만 하는 자신이라는 자체가 그의 안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죽어버린 것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아버지의 잔인한 폭력이 김길도에게서 가장 소중한 자신이라는 존재를 죽여버린 것이었다. 괴물이 만들어진 이유였다.


아마 누군가를 살해한다는 느낌마저 없었을 것이다. 조금의 죄의식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아닌 다른 누군가를 죽이려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없으니 타인마저 없다. 자신과 타인을 구분할 경계마저 모호해진다. 자기 아닌 다른 존재를 의식하고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스치는 바람처럼 밟히는 길가의 돌맹이처럼 대상에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려 한 것 뿐이었다. 자신이 이미 없으니 양심이라고 있을 리 없다. 그저 실재하는 욕망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가 되었을 뿐이다. 자기마저 욕망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마치 어린아이와도 같은 충동으로 신분을 바꾸고 범죄를 저지르는 김길도의 지난 과정들이 그것을 보여준다. 차라리 순수할 정도다. 악의조차 없이 주저없이 악을 저지르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그냥 스쳐지나간다. 과연 앞으로 주인공 무명(천정명 분)이 복수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섬뜩하고 매혹적인 악의 존재와 정체를 보여줄 것인지.


악 그 자체로써 선명하게 자신을 드러낸 김길도에 비해 정작 주인공 무명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무명의 어린시절조차 김길도의 악을 묘사하는데 대부분 할애되었다. 아직은 판단하기 이른 이유다. 사실 짐이 무겁기도 하다. 저토록 강렬한 김길도의 존재감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무명의 편에서 함께 김길도를 쓰러뜨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겨우 대강의 윤곽만을 드러낸다. 겨우 김길도와 만나고, 다시 원수로서 김길도와 마주친다. 제 발로 걸어들어간 고아원에서. 그의 복수는 어떻게 시작될 것인가. 겨우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먹는다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본능이면서 일상의 즐거움을 위한 유희이기도 하다. 사실 이렇게 심각할만한 소재는 아니다. 서로 죽고 죽이고, 원한을 품고 복수를 하고... 하지만 김길도라는 캐릭터 자체가 상식을 벗어나 있다. 국수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국수를 그저 맛있게 먹고 즐길 수 없는 드라마의 특수한 상황은 김길도라는 캐릭터와 주인공 무명과의 특수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드라마란 결국 사람의 이야기인 탓이다. 그럼에도 과연 얼마나 국수라는 음식이 가진 매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인지. 일단 출발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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