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조영남 대작혐의논란을 보며...

까칠부 2016. 5. 17. 01:51

예전 임재범이 '나가수'에서 자신의 히트곡 '고해'를 직접 쓰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고해'의 공동작곡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모작곡가가 고해를 작곡한 것은 자신이라 주장하며 나선 것이었다. 아마 당시 임재범이 그 일로 많은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작사가가 증언한 바에 따르면 결국 '고해'의 핵심적인 멜로디는 모두 임재범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누군가 아주 기가막힌 멜로디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악보도 그릴 줄 모르고 악기도 다룰 줄 모른다. 그래서 악보도 그릴 줄 알고 악기로 실제 연주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구했다. 전문가는 허술하거나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여 편곡까지 마친 뒤 악보로 완성해 주었다. 그러면 이 음악은 누구의 음악인가? 다시 말해 음악이라는 것은 주제가 되는 작곡가 개인의 감성과 영감인가, 아니면 단지 기술적 완성도에 불과한가? 아주 오래전 음악이란 단지 기술에 지나지 않았던 때도 분명 있었다.


모든 작곡가가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들으면 바로 알만한 유명한 노래를 작곡한 이들 가운데도 전문적인 교육이라고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윤종신이 그런 경우였을 것이다. 악보도 그릴 줄 모르고 악기도 다룰 줄 몰랐다. 하지만 누구나 들으면 좋아할만한 멜로디와 가사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대학에서 몇 년을 배운다고 윤종신과 같은 멜로디와 가사를 써낼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그래서 작곡가의 이름도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될 주제를 만든 당사자의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악보를 그릴 줄 모르면 대충 콧노래로 녹음해서 들려줘도 알아서 듣고 이해한다.


조영남의 대작논란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이유다. 미술에서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림의 이론과 기술인가? 아니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인가. 이러이러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그러므로 이러이러한 그림을 대신 그려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미술가의 기술적 완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기술적인 완성도란 충분한 교육과 훈련, 연습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로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 현대미술로 넘어오면서 더욱 기술보다는 작가 개인의 개성과 영감이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작가는 과연 작품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려 한 것인가.


그래도 10만원은 너무 싸다. 지나치게 후려쳤다. 최소한의 정당한 대가는 지불했어야 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구현한 기술의 수준에 대해서도 그만한 대가를 지불했어야만 했다. 문제가 된다면 바로 그 부분이다. 자기의 아이디어였다. 자기가 마무리해서 완성시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도움을 빌었다면 그 대가를 지불한다. 그 부분이 무척 아쉽다.


문외한들이 만들어낸 헤프닝이다. 그저 미술을 기술로만 여긴다. 음악을 단지 기술로만 여긴다. 어째서 한국사회에서 아티스트들에 대한 인식이 이리도 천박한가. 영감이 아니다. 정체도 아니다. 단지 누구나 배우고 익히면 할 수 있는 기술에 불과하다. 단지 법률에 대한 이해와 지식만을 필요로 하는 법조인에 대한 로스쿨 논란과 대비되어 재미있다. 미술도 자격증시헙을 치러야 할까?


전혀 문제될 것이 아닌데 문제가 된다. 심지어 수사까지 들어간다. 다시 말하지만 10만원은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가격이다. 어차피 미술적 가치로써 사고파는 그림은 아니었을 터다. 자신의 유명세로 파는 그림에 기술적인 도움을 받고서도 그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이니까. 그리고 부메랑처럼 무지가 조영남의 목을 조이려 한다. 결과는 없다. 내용도 없다. 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