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아이돌 역사상식 논란과 비난의 이유

까칠부 2016. 5. 16. 02:21

더이상 힘이 아닌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변화해가며 권력자들은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증명할 다른 수단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자신들이 다수의 피지배층의 위에 군림해야 하는 이유였다. 자신들이 그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입증할 근거였다. 지식이었다. 엄격한 예법이었다. 고상하고 우아한 취미생활이었다. 평범한 다수의 대중은 알지 못하고 하지 못하는 것들을 그들은 해낼 수 있어야 했다. 그를 위해 태어나면서부터 고도로 교육받고 훈련받아야 했다.


부르주아가 성장하며 비례해서 상식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권력은 보편화되었다. 신분은 일반화되었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존재를 입증할 수단 역시 그렇게 대중화되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위치에 맞는 적절한 지식과 예법과 양식등이 정형화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상식이란 원래 부르주아를 위한 것이었다. 어차피 최소한의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무산자들에게 상식이라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다. 다만 사회가 보다 고도화되면서 귀족의 전유물이던 교양이 부르주아의 소유가 되었듯 무산자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되었다. 국민교육의 실시는 그같은 보편적인 세계를 앞당겼다.


상식이라는 자체가 사회의 보편적 도덕이나 윤리와 전혀 아무 상관도 없었던 이유다. 상식이란 자격이었다. 남다른 최소한의 기준이 되는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증명이었다.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만한 여유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단지 자격에 미달한 자에 대한 비웃음 정도로 충분하다. 자격에 어울리는 최소한의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교양마저 갖추지 못했다. 보다 엄격하게 지배신분으로서의 자격을 요구했던 시대에조차 그것을 처벌의 수단으로 삼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단지 역사인물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이 쏟아진다.


이를테면 비국민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알아보았어야 할 중요한 인물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누구나 알아야 하는 이들을 전혀 몰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사진을 던져주고 물어보면 그들이 누구인가 바로 맞출 수 있을까? 막연히 이름은 안다. 무엇을 했는가도 안다. 사진 정도는 한 두 번 우연히라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사진을 들이밀고 이름을 물었을 때 바로 대답이 나올 정도라면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도 그 수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공개되었으니까. 모두가 알았으니까. 국민으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비국민을 응징한다.


과연 묻고 싶다. 연예인들의 무지를 비난하는 그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그들을 비난할 만큼 많이 정확히 알고 있는가. 아무때고 상식에 대해 묻는다면 그들은 얼마나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 단지 그를 통해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애국심을. 자신이 가진 자격을. 무엇보다 타인을 비난할 수 있고 응징할 수 있다. 네티즌이란 이미 권력이다. 연예인에게 있어 대중은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절대권력이나 다름없다. 이번 몇몇 아이돌그룹의 역사지식에 대한 논란의 진짜 정체다. 단지 자시의 권력을, 애국심이라는 명분을 과시할 대상이 필요했다. 특정인을 비하하고 응징함으로써 그 의도는 달성될 수 있다. 


어차피 몰랐더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이기에 상식인 것이다. 굳이 노력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찾아보면 그에 대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된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지식이라면 그렇게라도 알게 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다. 누구도 과연 이제는 자신들이 몰랐던 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는가를 묻지 않는다. 알 수 있도록 도우려 하지도 않는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증거다. 애국심은 핑계다. 국민이란 명분이다. 과거 지식과 교양을 무기로 삼던 권력과 전혀 다르지 않다. 권력은 어느 시대나 비열했다.


그렇게까지 논란이 될 일인가 싶었다. 과거에도 몇 번 그런 일이 있었으니 그저 스쳐지나가는 헤프닝 정도로 여겼었다. 인터넷의 위력을 과소평가했다. 이미 기득권이 되어 있는 네티즌의 성향을 우습게 여겼다. 대중이 폭력을 휘둘러도 대중의 인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연예인들은 감히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저 꼼짝도 않고 움츠리고 숙이고 있어야만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대중의 가학성은 통제를 잃어간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다. 도대체 언제까지 어디까지 가려는 것인가.


그냥 그런 것도 모르는 것이다. 알아야 한다면 가르쳐주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모른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한두사람쯤 모른다고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모른다는 사실 자체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인간의 본성인 까닭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힌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려고 노력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가장 큰 형벌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인간의 지성이다. 야만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