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봤다. 꼬박꼬박 성실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염정아가 나온다기에. 이성재는 오히려 웃겼다. 무식욕자와 냉부의 조합이란 의외의 시너지를 낳는다. 입맛을 되살린다. 맛을 알아간다. 맛을 탐내고 때로 궁시렁거리기도 하는 후반은 그래서 유쾌하다.
유독 눈에 들어온 것이 최현석이 요리맹인 염정아 보라고 튀김요리법을 가르쳐주는 장면이었다. 솔직히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염정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튀김이라는 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요리법이 아니다. 그냥 막 튀기는 건 상관없는데 맛있게 제대로 튀기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다른 요리법에 비해서 타협이라는 게 안된다. 눈가림이 안된다. 일단 재료 준비해서 끓는 기름에 넣으면 그때부터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요리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다. 의욕이 넘쳐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수고가 들어갈 것인가를 계량한다. 튀김을 제대로 만들 수 있으려면 레시피를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해 볼 수 있는 요리에 도전한다.
혼자 살다 보니 나 역시 이것저것 많이 해먹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염정아의 말처럼 튀김만은 잘 손이 가지 않는다. 겨우 냉동만두나 두부, 탕수육 정도를 튀겨먹을 정도다. 그런 것은 제대로 잘 튀기지 않아도 된다. 결국 나중에 소스 맛으로 먹게 된다. 혼자 먹으면 상관없는데 사랑하는 가족의 입에 들어가는 것이다.
안정환은 물이 올랐다. 자연스런 여유가 느껴진다. 넉살이다. 분량을 따내려 조급하지 않다. 비예능인이 예능에 출연하면서 쉽게 저지르는 실수다. 웃음에 욕심을 내느라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다. 안정환은 처음부터 그런 것이 없었다. 그냥 막 던진다. 전성기의 신정환을 보는 것 같다. 프로그램의 맛을 살린다. 재미있다.
'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냉장고를 부탁해 - 프로그램이 우스워질 때... (0) | 2016.11.02 |
---|---|
냉장고를 부탁해 - 먹는 즐거움, 먹어주는 기쁨... (0) | 2016.06.28 |
썰전 - 사치스런 대중요리, 유시민과 전원책의 특별함 (0) | 2016.05.27 |
리얼리티와 예능, 사회와 인간에 대한 불신과 절망 (0) | 2015.12.31 |
삼세시끼 어촌편 - 자연이 주는 풍요와 휴식,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0) | 2015.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