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굿 와이프 - 미뤄두었던 진실과 마주하며, 김혜경 도망치다

까칠부 2016. 8. 14. 09:05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동안 괜찮았었다. 전혀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 여겼었다. 이대로도 좋을 것이라 당연하게 믿었었다. 어느날 갑자기 이태준이라는 인간이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전과 같았다. 한결같았다. 단지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내 김혜경(전도연 분)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김혜경도 믿어왔었다. 지금이 최선이라고. 지금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최선일 것이라고. 김혜경이 남편 이태준을 향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그날 바꿨어야 했다. 그렇게 내버려두어서는 안되었다. 이태준의 착각이다. 이태준의 오해다. 그러나 바로 그 착각과 오해를 만들어 온 것이 바로 김혜경 자신이었다. 비로소 깨닫는다. 진실이 불편하다고 외면하기만 해서는 결국 언젠가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뿐이라는 것을.


과연 MJ로펌은 제약회사의 편에 선 변호사 손동호(유재명 분)에게 지고 만 것일까? 원래는 300억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절반인 고작 150억의 돈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많은 시청자는 150억은 커녕 100억의 돈이라도 제대로 받아낼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었다. 설사 재판의 결과 제약회사가 패하게 된다 하더라도 과연 100억이라는 돈을 순순히 피해자들을 위해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의 결과란 항상 소비자에게 불리했었다.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었다. 거대제약회사를 궁지로 몰고 마침내 150억이라는 적지 않은 돈과 피해자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까지 얻어낸  MJ로펌이야 말로 자신들이 처음 의도한 목적을 모두 이뤄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신승리는 손동호가 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몰아붙이며 MJ로펌을 궁지로 몰았지만 결국 한 발 더 양보하는 협상을 해야 했던 것은 손동호 자신이었다. 150억의 돈도 내지 않아도 되었던 것을 결국 내도록 만들었다. 그런데도 과연 이겼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이마저도 MJ로펌 - 아니 이제 겨우 신입을 떼어가는 김혜경에 대한 베테랑다운 기싸움이었던 것이다. 졌지만 자신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당신들보다 한참 높은 곳에서 당신들을 굽어보고 있다. 당신들이 이긴 것이 아니다. 내가 이긴 것이다. 졌다고 진 채로 물러나는 것은 하수다. 진 싸움도 이긴 싸움으로 만드는 것이 상수다. 그런 점에서 손동호가 변호사로서 고수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분명 재판에서 이겼지만 마치 지기라도 한 듯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손동호가 의도한 것이다.


의뢰인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인간의 양심보다 변호사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더 우선한다. 굳이 윤리라 말하지 않는 것은 때로 그 윤리마저 저버려야 하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조사원 김단(나나 분)으로 하여금 제약회사측 증인으로 나선 정신과의사의 증언 자체를 배제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을 모두 빼돌린다. 정확히 훔쳐낸다. 정신과의사의 증언은 있지만 그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 정신과의사 개인의 주변도 정신과의사의 증언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시킨다. 진실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변호는 기술이다.


김혜경도 재판 도중 포기하려는 의뢰인에게 그리 말하고 있었다. 이대로 포기한 채 뒤로 미뤄서는 안된다. 지금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해야지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진실을 미룰수록 결국 돌이키기만 어려워진다. 남편과의 사이에 대해 상담하러 갔던 동료 변호사 데이비드 리(차순배 분) 역시 같은 고민을 털어놓고 있었다. 10년 째 미루고만 있다. 모든 자료를 다 모았음에도 차마 지금에 와서 진실을 마주하기가 두렵다. 그래서 무엇을 어쩌려는가?


지금 현재를 살려 한다. 처음 서중원(윤계상 분)의 고백을 거절했을 때 김혜경이 선택한 것은 자신과 아이들의 미래였다. 앞으로 자신과 아이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무엇이 자신과 아이들을 위한 최선인가.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다. 계속 인내해야 하고 계속 이해해야만 한다. 서중원과 만나고 호텔까지 같이 간다. 오히려 시어머니(박정수 분)가 불을 지르고 말았다. 여전히 자신을 원망하며 아이들에게까지 자신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그녀의 존재 또한 그녀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다.


한 번 미뤘던 진실이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들고 만다. 한 번 잃은 신뢰를 다시 되돌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김단은 끝내 김혜경에게 거절당하고 로펌을 떠나기로 한다. 그런데 하필 로펌을 떠나려는 그녀를 맞은 것이 검사 이태준이었다. 이태준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은 그녀가 로펌을 떠나기로 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태준을 핑계로 계속해서 로펌에, 김혜경의 곁에 남을 수 있게 되었다. 핑계가 되어주었다. 굳이 아랑곳않는 김혜경을 찾아가 떠나지 못할 사정이 생겼음을 보고한 이유였다. 이제는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


한 번 씩 미뤄두었던 진실들이 정산을 바라듯 각자에게 돌아온다. 그나마 솔직해질 수 있으면 다행이다. 솔직해져서 받아들여지면 운이 좋은 것이다. 돌이킬 수 없을 때도 있다. 싸워야 할 때 싸워야 한다. 바로 지금.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서.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잠시의 일탈로 도망치고 만다. 아직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서중원을 이용한다. 현실은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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