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꿈을 현실로 바꾸려면 현실을 꿈으로 돌려놔야 한다. 꿈은 여럿일 수 있지만 현실은 하나밖에 없다. 내가 꿈일 수 없다면 그쪽이 꿈이어야 한다. 돌아가야 할 이유가 하나씩 사라진다. 벌써 떠나왔는데 돌아갈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서도우(이상윤 분)의 아내 김혜원(장희진 분)의 감춰진 진실들이 참혹하도록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보수적인 공중파 특성상 온전한 불륜은 아닐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이미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 만나 솔직하게 사랑을 나누는 드라마는 아닐 것이라 벌써부터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만들면 된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보여주면 된다. 이들이 먼저 배신한 것이 아니다. 먼저 배신한 것은 그들의 배우자들이었다. 그들은 끝까지 가정을 지키려 하지만 이미 그들에게는 지켜야 할 가정이 없었다. 그들의 사랑은 성실과 신뢰의 의무를 먼저 저버린 서로의 배우자들에 대한 응징이기도 하다.
박진석(신성록 분)마저 비행기에서 송미진(최여진 분)과 다시 만나고 있었다. 하긴 같은 항공사에서 일하는 이상 정해진 스케줄에 의해 그동안도 몇 번이나 같은 비행기에 탔었을 것이었다. 단지 공교로운 것 뿐이다. 하필 최수아(김하늘 분)가 다른 사람으로 인해 흔들릴 때 박진석은 송미진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고 얼마 안있어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함께 비행하고 있었다. 단지 우연에 불과한 사건이 경우에 따라서는 필연적인 동기나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마침 신도우의 아내에 대한 신뢰마저 하나씩 금이가고 있던 참이기도 했다. 그쪽이 꿈이었거나 아니면 이쪽이 꿈이었거나. 결국은 현실로 믿는 쪽이 현실이 되기는 한다.
과연 김혜원에게는 어떤 말못할 사정들이 있었던 것일까. 결혼한 적도 없다. 미혼모로 낳은 딸에 대한 흔적도 기록도 전혀 없다. 하지만 애니는 분명 김혜원의 딸이었다. 그리고 애니가 처음 김혜원을 찾던 날 문밖에는 아마도 친아버지인 듯한 남자가 지켜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마치 봉인처럼 서도우의 어머니 고은희(예수정 분)의 흐린 기억 속에 꼭꼭 감춰져 있었다. 하필 죽음을 앞두고 구름이 걷힌 것처럼 맑아진 기억 속에 잊고 있던 그날의 이들이 하나둘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운명처럼 아들 서도우에게 그 사실을 전하기 전에 그만 최수아와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아무말도 없이 세상을 떠나고 만다. 만일 최수아와의 만남이 의붓손녀 애니가 그랬던 것처럼 서도우와 최수아를 위한 것이었다면 마지막에 떠오른 기억들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어머니가 위독한 와중에도 아내 김혜원은 현실의 이익만을 쫓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정작 어머니가 돌아갔을 때 서도우가 기대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 것은 그래서 아내인 김혜원이 아닌 상관없는 남에 불과한 최수아였다. 그리고 그 순간 김혜원 역시 최수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마침 한국을 찾은 애니가 홈스테이했던 집주인 메리(박서연 분)의 외침을 통해 남편 서도우의 핸드폰에 효은엄마라고 저장되어 있던 그녀를 보게 되었다. 그때 최수아는 서도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서도우는 그녀의 품에서 아이처럼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역시 꿈이 현실이 되거나, 아니면 현실이 꿈이 되거나. 결국은 김혜원이 감추고 있는 비밀의 정체가 두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 하긴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최수아는 박진석의 아내일 테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돌아갈 이유를 찾으며 머뭇거리고 있었다면 조금씩 떠나온 거리에 대해 적응해가는 모습이다. 마침 서로의 남편과 아내가 벌려준 거리가 그만큼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유가 되어 준다. 그 만큼의 빈 자리를 서로의 모습과 기억으로 채우려 한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꿈으로 남을지 현실로 이루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마주한 같은 하늘처럼 그렇게 스치듯 이어진 인연으로 족할지도 모른다.
진짜 피해자인 것만 같다. 모든 것이 오해이고 억울하게 상처입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김혜원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궁금해진다. 서도우의 감정이 아직 최수아만큼 간절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내 김혜원이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최수아의 주변에는 그녀만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드라마의 중심이 어딘가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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