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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13-얼떨결에 삼국통일...

까칠부 2016. 12. 12. 01:17

한 번 제대로 공략기 써보겠다고 하북의 원상을 공격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스크린샷도 따고 다 했었다. 낭사에서 서주와 예주의 병력을 모아 북해로, 하내에서는 사례주와 형주의 병력을 모아서 상당으로, 제북에서는 연주의 병력을 바닥까지 끌어모아 바로 업으로. 어차피 원상에게는 쓸만한 무장도 없으니까.


상황이 꼬인 것은 동맹기간을 얼마 안 남기고 유표가 양양까지 쫓겨오면서다. 양양 하나 남았는데 손권이 공격하고 있었다.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유표 휘하의 감녕과 방통, 황충, 위연 등을 모두 손권에게 빼앗기고 만다. 마속은 확실히 손권 휘하로 들어가 있었다. 바로 동맹을 파기하고 양양의 유표를 공격한다. 문제는 동맹을 파기하면서 외교커맨드 거의 전부가 비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별 문제 아니라 생각했다. 하북까지 평정하고 유비가 보유한 병력이 무려 120만, 무장의 우위까지 고려하면 손권과 마등을 상대로 양면전선을 펼쳐도 전혀 문제가 아닐 것이라 여긴 때문이다. 그러나 하북과 사례주의 홍농, 낙양의 병력을 모두 끌어모아 40만의 대군으로 막 동맹이 끝난 마등을 공격한 순간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오판이었는가 드러나고 만다. 이제야 알았다. 삼국지13을 시작한지가 얼마인데 호표기와 필적하는 서량기병이 사실은 정예기병과 같은 단계에서 절반의 가격으로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더구나 병과특성까지 마등군은 어지간하면 거의가 S였다. 고작 30만의 병력에 동관도 뚫지 못하고 관우, 장비, 하후돈, 하후연, 조인, 장료 등이 포함된 40만의 대군이 전멸당하고 말았다. 결국 허창에서 유비까지 장안으로 진격해들어가야 장안을 함락시킬 수 있는 것일까?


바로 그 순간이었다. 딱 마등을 잡겠다고 허창에서 연주의 병력을 끌어모으던 순간 손권과의 동맹이 끝나고 손권과 장로, 마등에 의해 대유비동맹군이 결성되었다. 바로 동관에서 모든 병력이 전멸한 틈을 노리고 마등이 26만의 대군으로 홍농으로 밀려오고, 남쪽에서는 손권의 주력 30만이 양양으로 진격해 온다. 동쪽 수춘에서도 건업에서 20만의 병력이 진격해오고 있었다. 가장 치열했던 홍농에서는 무려 20만 이상 4번이나 끌어모아 보내서 모두 전멸당하고 함락의 위기만 세 번을 넘겼다. 그 과정에서 조휴, 조순, 진도, 후음, 하후은, 하후상이 모두 전사. 장료와 조인도 포로신세. 하북의 병력이 모두 홍농에 묶인 사이 수춘에서도 사마의, 정욱, 유엽 전사, 전멸만 2차례, 겨우 양양에서만 손권군을 막아내는 상황이었다. 멍청한 컴퓨터놈이 그런 상황에 강릉의 병력을 빼내 강주로 진격하지만 않았다면 진짜 손 쓸 방법이 없을 뻔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동맹도 끝나기는 하지만. 참고로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무려 장로따위에게 영안까지 함락당하는 치욕을 겪게 된다.


손권이 강릉의 병력을 움직여 강주로 진격한 사이 양양에서 방어전을 펼치던 유비, 장합, 제갈량, 조운, 위연 등으로 이루어진 30만 대군을 움직였다. 강릉에서 제법 치열한 싸움을 치르고 강릉과 강하를 차례로 함락시켰다. 강하를 함락시킨 다음에는 여강으로, 그리고 중요한 건업으로 진격을 시작한다. 내가 왜 그런 미친 짓을 했는지. 건업으로 진격하기 위해 강을 건너다 강위에서 손권군과 수전, 여기서 유비는 병력이 2천만 남고 제갈량과 장합은 전멸, 겨우 수춘에서 손권이 병력을 돌린 틈을 노려 낭야와 광릉에서 서황과 학소를 불러들인 끝에 겨우 승리했다. 건업을 함락하고 나니 30만으로 시작한 원정군이 겨우 10만 남았다. 하지만 기회는 왔을 때 잡는다. 격전을 치르느라 손권의 병력이 마른 틈을 노려 다시 오로, 회계로, 건안으로, 예장으로, 합포로, 장사로, 그리고 하는 김에 손권을 몰아붙이며 생긴 여유를 몰아서 병력을 집결 장안을 함락시키고 마등군을 쫓던 관우군을 한중에서 익주로 선회시킨다.


그냥 한 번 출진에서 통일까지 마쳐버렸다. 처음에는 동맹을 맺고 쳐들어오는데 여유가 없어 병력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방어하려 출진했는데, 컴퓨터의 뻘짓에 바로 공세로 전환해서 한 번도 멈추는 법 없이 그대로 익주의 유장까지 정벌해 버렸다. 원래는 내정도 하고 외교도 하는 게 바로 삼국지의 재미였는데. 마초도 휘하로 들여 친분도 쌓고 관직도 주고 했어야 하는데. 마초도 등용해보지 못하고 손권군의 무장도 하나도 등용 못하고 그냥 있는대로 끝내버리고 말았다. 어쩐지 끝내고 나니 허무하다.


이제 관도대전까지 끝냈으니 다음 시나리오는 유비가 하북까지 먹은 조조를 상대로 신야에서 맞서는 삼고초려. 그나마 관도대전에서는 어리버리하기는 하지만 원상이 하북에서 조조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줬다. 과연 신야에서 신야의 병력만으로 조조를 막아낼 수 있을까? 아니 사실 게임이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분명 준비되어 있을 삼고초려와 적벽대전 이벤트를 모두 볼 수 있을 것인가다. 이벤트들을 볼 수 있을 때까지만 버텨도 성공일 텐데. 


일주일에 겨우 하루나 이틀 삼국지를 한다. 한 번 잡으면 언제 끝날 줄 모른다. 오늘도 한 시간 정도 하고 끝내려다가 말했듯 엉겁결에 출진해서 그냥 통일까지 다 하고 나니 후딱 4시간. 시간 하나는 쓸데없이 잘간다. 그래서 더 허무하기도 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계속. 피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