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주인공 무진혁(장혁 분)을 보고 있기가 불편했다. 아니 무진혁만이 아니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하나같다. 그렇다고 드라마만의 특수한 상황도 아니다. 그래서 더 짜증나는 것이다. 잘못된 예단으로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고 그에 집착하다가 정작 진범도 놓치고 진범을 찾을 수 있는 단서마저 잃고 만다. 그런데도 반성따위 없이 처음 자신들이 지목한 용의자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냥 경찰이었다. 경찰이라는 조직에 속한 여러 부속품 가운데 하나였다. 경찰의 논리를 의심하지 않는다. 경찰이 해 온 일들을 전혀 의심하려 하지 않는다. 차라리 진실을 말하는 누군가를 의심한다. 혹시라도 그 증언에 진실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어째서 3년전 그때 누구도 강권주(이하나 분)를 찾아가 그녀의 증언이 사실인가 묻지 않았던 것일까. 이미 진범은 밝혀졌으니 더이상의 수사는 필요없다.
실수는 부주의에서 일어난다. 부주의란 방심이다. 방심이란 긴장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굳이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당장 범인에 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범인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며 숨어서 겨우 신고전화를 걸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전화가 끊겼다고 먼저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가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전혀 생각조차 않고. 어차피 상황실에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대수로운 건 없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어째서 하필 무진혁이었는지.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아내일지 모른다는 전화를 받고서도 쉽게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자기에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있는가. 자기의 주위에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야 하겠는가. 그처럼 중요한 살인사건의 진범이 고작 신고센터의 전화로 꼬리를 잡힐 리 있겠는가. 더 중요한 사건은 더 중요한 곳에서 일어난다. 아직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사건은 없는 것이다. 신고센터를 무시하는 심리에는 그같은 확신도 크게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진짜 사건과 범인은 자기들이 있는 현장에만 있다.
약간은 이능에 가깝다.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실제 그런 능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단지 귀로 듣는 소리만으로 다양한 정보들을 분석해낸다. 어쩐지 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설마 싶은 그 경계에서 리얼리티를 확보한다. 괜히 폼나게 짜증나는 캐릭터는 역시 장혁이 최고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허세스럽게 찌질거릴 수 있을까. 그래도 오로지 피해자의 살려달라는 말이 마뜩지 않은 걸음을 내딛는다.
첫번째 사건이다. 하필 연쇄살인범이다. 누구도 감히 짐작하지 못하는 사이 강권주만이 유일하게 상대의 정체를 눈치챈다. 몇 번의 엇갈림 끝에 겨우 범인이 피해자를 납치한 장소를 찾아낸다. 살인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시간이 급하다. 알면서도 넘어가주는 것은 그것이 드라마의 재미이기 때문이다. 비극은 싫다. 행복한 모습만 보며 살기에도 현실을 빠듯하다. 출발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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