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거슬리는 것이 대사할 때마다 들리는 강권주(장하나 분)의 숨소리였다. 마치 단거리를 뛰고 온 듯 말할 때마다 거친 숨소리가 섞여 들린다. 긴장감을 높여주지만 한 편으로 지치게 만든다. 더구나 신고자와 통화하는 급박한 상황만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도 표정까지 힘이 들어 있다.
워낙 주인공 무진혁을 연기하는 장혁부터 한결같이 힘이 들어간 연기를 하고 있다. 나름대로 개성이기는 한데 자칫 주위에서 균형을 맞춰주지 않으면 혼자서 내달리다 멋대로 퍼져버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그 상대역인 강권주마저 같이 힘이 들어가 있다. 당장은 시청자로 하여금 같은 호흡으로 다급함을 느끼게 하는데 효과적이지만 결국 긴장이란 비일상의 감정이다. 긴장이 지속되며 일상이 되면 긴장은 풀어져버린다. 완급이 없는 긴장이란 그래서 지겨움의 다른 말일 수 있다.
한 마디로 강권주의 숨소리가 거슬릴 정도로 어느새 집중을 잃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건 자체는 매우 흥미롭다. 범인의 캐릭터도 독특하면서 완성도가 높다. 아니 사실은 처음 범인 황경일(이주승 분)이 피해자 박은별의 남자친구로 등장한 순간부터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 상당히 전형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 클리셰는 원래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범인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며, 범죄의 목적과 동기, 수법은 어떤 것이었는가. 이주승의 연기가 탁월했다. 무덤덤하게 일상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끔찍한 악의가 현실감을 더해준다. 차라리 강권주가 일찌감치 범인의 공격을 받고 남치된 것이 드라마의 재미를 살리지 않았을까. 그 주위만 조용한 것이 비현실적인 현실감을 증폭시킨다.
진범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경찰마저 믿을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었다. 자신들끼리 아무도 모르게 진범을 찾아나서야 한다. 적절한 패널티다. 경찰은 철저히 자신들의 목적을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등장한다. 누구의 어떤 도움도 없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진범을 찾아야 한다. 그 단서를 찾아낸다. 황경일이 강권주가 들었던 그때의 목소리를 위장하고 있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전형적인 패턴으로 112신고센터에서 해결하게 될 사건들이 진범을 잡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마지막 동료다. 합류를 거부하는 박은수(손은서 분)를 위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여전히 경찰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다. 같은 경찰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다. 그런 경찰동료를 위해 경찰이 나선다. 경찰의 누구보다 빨리 범인을 찾고 박은수의 동생 은별을 구한다. 물론 일주일 뒤. 이쯤 되면 즐기는 것이다. 여기서 끊고서 다시 일주일을 기다리라 한다. 아예 사전제작이라 이미 촬영은 물론 편집까지 다 마치고 미리 정한 분량으로 나누어 내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성의하거나 그 자체가 의도라 볼 수밖에 없다.
아무튼 워낙 주인공 두 사람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있기에 숨돌릴 수 있는 여유가 주위에 필요하다. 주연보다 오히려 조연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심대식(백성현 분)과 오현호(예성 분), 박은수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마저 넘어설 수 있는 무엇을 두 주인공들이 보여줄 것인가. 아직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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