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과장 - 양아치보다 더 양아치스런 그들

까칠부 2017. 2. 3. 01:45

지역 건달들이랑 어울리며 얼마나 못볼 꼴들을 봐왔을까. 합법적인 사업만 하던 이들이 아니다. 그 가운데는 차마 양심을 가지고는 보고 있을 수조차 없는 그런 일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김성룡이 못견디겠다며 겨우 들어간 대기업을 박차고 나오려 한다.


최소한의 도의조차 없다. 기본적인 인정마저 결여되어 있다. 인격도 감정도 없는 탐욕의 논리만이 남아 지배한다. 어설픈 인정으로 자신을 보아주던 지역 건달의 보스와 달리 이들은 그마저도 없이 그저 사람을 수단으로 대상으로만 여길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이 거대한 방주로부터 먼저 뛰어내려야만 한다.


지난주 마지막 장면에 순전히 우연으로 사람을 구한 장면에서 이어진다. 이 양아치만도 못한 회사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서율이 어찌하지 못하도록 회사로부터 도망쳐 손닿지 않는 곳까지 도망쳐야만 한다. 회사의 금기에 도전한다. 회장의 사진이 인쇄된 책을 냄비받침으로 썼다는 이유만으로 분노하며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부정한 권력과 부조리한 관행이 사람들을 숨쉴 수 없게 짓누른다. 바로 회사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김성룡(남궁민 분)이 거슬러야 하는 상대다.


TQ그룹이 정상적이고 양심적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김성룡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그들과 맞서야만 한다. 하긴 그렇기에 김성룡도 TQ그룹으로부터 도망치려 그리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이기도 할 터다. 악과 맞서면 선이다. 불의와 맞서면 정의다. 하지만 선도 정의도 없다. 입으로는 부당하고 불의한 현실에 분노하며 비난을 쏟아내면서 정작 누군가 그런 불의와 맞서려 하면 그로 인해 입게 될 피해와 손해만을 걱정한다. 어차피 그들도 선은 아니다. 정의도 아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단지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모두를 비웃는다. 불의와 맞서지만 자신은 선이 아니며 악과 맞서더라도 자기는 정의가 될 수 없다.


통쾌하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냥 이 개같이 부조리한 현실을 아무것도 아인 것처럼 비웃고 조롱한다. 그런 것이 뭐 그리 대수로운가며 그저 하찮게 여기고 만다. 입만 살았다. 말로만 떠든다. 차라리 위선이 선보다 더 선하다. 작위가 정의보다 더 정의롭다. 미친놈들 사는 세상엔 미친 놈이 정의다.


아직 장부조작의 전문가로서 김성룡의 역량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냥 양아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양아치로서만 일관한다. 김성룡에게 요구하는 능력이다. 양아치스런 세상에 양아치가 오히려 양심으로 등장한다. 양아치가 오히려 의인이 되기도 한다. 역설이 바로 부조리다. 


김성룡이 싸운다. 불의한 주먹이 그보다 더 불의한 이들과 맞서게 된다. 또 무엇이 김성룡을 오해의 수렁으로 빠뜨릴까. 회사로부터 도망치고픈 그의 의도를 좌절시킬까. 윤하경(남상미 분)가 진실을 안다. 자기가 아는 진실과 자기가 보고 겪은 사실과의 괴리가 또한 드라마의 부조리다. 한 바탕 웃어 넘긴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