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이스 - 너무나 친절한 범인씨, 모태구에게 남겨진 부분에 대한 흥미

까칠부 2017. 2. 20. 02:18

역시나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난맥은 바로 연출이다. 모태구(김진욱 분)가 조금만 더 친절하고 다감한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무진혁(장혁 분)의 아들을 찾아갔을 때나 판타지아의 장마담과 마주쳤을 때 도저히 범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고 예의바른 모습만을 보여주었다면 더 큰 반전이 되었을 것이다.


범인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가 생기고, 한 편으로 너무나 상반된 모습이 위화감과 더불어 더 큰 긴장과 공포를 가져다준다. 어쩌면 현실에서도 이처럼 멀쩡한 모습으로 그토록 끔찍한 범죄를 태연히 저지르는 미친 놈이 있을지 모른다. 일상과 가까울수록 공포 또한 현실에 더 가까워진다. 철저히 구경꾼으로 만든다. 한 눈에도 미친 놈인 것이 훤히 보이는 전형적인 살인마를 만들어낸다.


일상적인 대화에마저 힘이 들어간다. 그저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데도 어느새 숨이 찬다. 오현호(예성 분)와 박은수(손은서 분)가 그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인데 어째서 그들의 숨소리가 그리 크게 들려야 하는 것일까. 강권주(장하나 분)의 숨소리는 이제 드라마의 배경음처럼 들린다. 그나마 유일하게 숨소리 없이 대화하는 인물이 무진혁 하나인 듯하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지친다. 그저 뻔히 한 눈에 보이는 살인마의 모습 따위 혐오스럽지도 않다. 아무런 감정의 이입 없이는 끔찍한 살인사건도 그저 상관없는 남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만한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상당한 긴장과 공포가 느껴졌어야 했다. 전혀 살인사건이 일어날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고급클럽이었고 상당한 신분의 손님들이 찾아와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보안에 철저한만큼 경비요원들도 상당히 배치되어 있다. 무엇보다 장마담과 마주친 사람이 제법 이름있는 기업의 후계자였다. 지나치게 제작진이 이 사람이 범인이라고 아예 똥물을 뿌리고 다니지 않았다면. 범인과 만났으니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아무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경호원들에 의해 용의자는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간다. 남는 것은 그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불편함과 분노 뿐이다. 일어날 리 없는 일이 일어났는데도 이렇게까지 무덤덤할 수 있다니. 물론 드라마에서는 당연히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무진혁이나 강권주나 범인을 쫓고 있고 유력한 용의자를 보았다는 제보가 들어온 상황인데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무진혁이야 당장 범인을 잡는 것이 중요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남상태(김뢰하 분)는 경찰 전체가 쫓고 있는 중요사건의 용의자였다. 굳이 남상태의 소재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감출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아니 설사 경찰내 협력자로 인해 남상태를 놓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현장경험도 부족한 신고센터장이 혼자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나마 그로 인해 범인에게 위해를 당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 볼편함은 덜했다. 의도적으로 상황을 만든다. 심지어 무진혁은 범인과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강력반이 출동해서 현장을 수사하는 내내 범인과 격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나마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면 무진혁의 아들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모태구의 모습 정도가 전부였다. 분명 살의를 느끼고 있었다. 쾌락에 대한 강한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그것을 억눌렀다. 무엇때문인가. 아직 모태구의 캐릭터에는 감춰진 부분이 있다. 사실 그런 것이 재미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지면 스릴러는 전혀 흥미도 관심도 끌지 못한다. 시청자에게도 하나의 게임이다. 자신의 힘으로 직접 드라마에 개입해서 범인을 쫓고 진실을 파헤쳐간다. 그나마 남은 부분이다. 얼마나 갈 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 남은 기대라면 모태구의 정체를 밝히고 그를 체포하는 순간의 통쾌함 같은 것일 게다. 그나마도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야금야금 많은 것을 보여줘서 정체가 밝혀지고 진실이 알려지더라도 그다지 별다른 느낌이 있을까. 시청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없다.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다. 재미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