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과장 - 가장 양심적인 아버지, 한국사회에 미래가 없는 이유

까칠부 2017. 2. 24. 01:12

내가 이래서 정의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바로 어제까지 회사 동료들이 중요했다. 자신이 몸바쳐 일한 회사의 정의가 중요했다. 하지만 결국 자기 아들 뿐이다. 자기 아들만 잘되면 된다. 자기만 잘되면 된다.


단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나만을 생각할 기회. 나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할 기회. 어려울 때 인간은 그 바닥을 드러낸다. 나와 내 가족, 내 자식이 다른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래서 사실 부정도 저지른다. 세상에 부정을 저지르는 인간 가운데 자기 혼자 잘먹고 잘살자고 부정 저지르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개는 가족 때문에. 혹은 다른 더 소중한 무엇 때문에. 결국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 그 본색이 드러난다.


김과장(남궁민 분)의 실패는 다른 것 없다. 인간을 믿어서다. 아무리 동료직원의 부모라지만 인간을 믿었다. 그동안 해쳐먹은 게 있는데 인간을 믿고 그 증언에 기대려 했었다.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을 믿어서는 안된다. 특히 인간의 양심을 믿고 무언가를 하려 해서는 안된다. 당연히 인간의 이기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하려 한다면 더 엄격하게 감시하고 대비해야만 한다.


아무 유혹이 없을 때야 모두가 선량하다. 아무런 유혹 없이 그저 양심만 지키면 될 때는 그냥 선량해도 상관없다. 차라리 돈을 바라고 뛰어든 김과장이 더 선량해 보이는 이유다.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은데 하지만 현실이다. 그렇게 부정은 감춰지고 비리는 일상화된다. 모두가 부정과 비리의 공범이 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변명할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장 소중한 자식을 그 핑계로 삼으면서.


서율(준호 분)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내린 것이 아니다. 사법시험 세대다.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어린 나이에 검사가 되어 상당한 위치에까지 올라갔다. 자식의 사법시험을 도우면서 부모는 무엇을 자식에게 이야기했겠는가. 원래는 사법시험따위 관심도 없었을 아들들에게 부모는 무엇을 앞세워 사법시험을 강요하고 있었을까. 더 많은 돈과 더 높은 사회적 지위. 하지만 그마저 자식을 위한 애정으로 치장된다.


과연 단지 자신의 경영권과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회장 박현도(박영규 분)와 아들을 위해 거짓을 증언한 아버지의 사이에 차이란 것이 있는가. 그렇게 부정은 일상화되고 비리는 감춰지게 된다. 모두가 공범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그 모든 일을 했다고 그런 그들을 지금도 지지하고 있는 국민들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는 것인가. 뒤늦게 탄핵을 지지한다고 그들의 잘못은 사라지는 것인가.


부정과 비리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대부분 사회의 구성원 다수가 그 공범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그렇게 구조적으로 부정과 비리가 저질러지지 않는다. 그 규모가 하나의 집단을 위태롭게 할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다. 나만 입다물면. 나만 눈감으면. 나만 모른 척 하면.


김과장이 가장 양심적이라는 것이다. 고작 김과장에게 모두가 이끌리는 이유다. 이 사회의 뿌리깊은 모순과 위선에 대한 반감이다. 정의로운 놈들이 원래는 가장 사악하다.


서율의 모델이 누구인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가장 썩은 것들이 바로 법을 직업으로 삼던 놈들이다. 검찰이거나, 그래도 검찰보다는 낫다는 판사. 자기가 배운 지식과 타고난 능력을 정작 개인의 이기를 위해서만 사용한다. 그렇게 가르친다. 그러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긴다.


한 번의 패배다. 현실에 대한 좌절이다. 원래는 여기서 끝나야 한다. 부패한 사회에 미래란 없다. 특정한 몇몇이 부패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부패한 것이다. 몰랐다면 멍청한 것이고 알았다면 무능한 것이다.


화가 난다. 그에 앞서 체념하게 된다. 한국사회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지 아주 오래다. 조금만 사회생활을 해보면 안다. 한국사회에서 정의란 무능이며 악이다. 그래도 드라마이기에 역습을 기대한다.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