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과장 - 부패하면 무능한 이유...

까칠부 2017. 2. 23. 02:15

사실 당연한 것이다. 자기가 부패했다. 자기가 먼저 법을 어기고 부정을 저질렀다. 그런데 그 사실을 남이 알도록 내버려두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만큼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상당한 수고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책임져야 할 일도 많다. 그러면 그 수고와 노력은 다 어디로 가겠는가.


누군가 엄격하게 감사하려 해도 먼저 나서서 말리게 될 것이다. 철저히 무능과 비효율에 대해 밝히려 해도 전혀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반드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들이 나타나게 된다. 리더가 부패하면 조직 역시 부패하고, 리더가 엄격하고 청렴하면 조직 역시 그를 따르게 된다. 회사의 경영보다는 자신의 권력이나 이익에만 급급한 리더 아래에서 과연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인가.


흔히 말한다. 기업인들이 마음껏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도록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그들의 능력이 극대화되어 발휘될 수 있다. 기업인들이 자신의 욕망을 최대한 추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기업의 이익도 늘고 국가의 이익도 커지게 된다. 하지만 어떠한가. 한진해운이 어떻게 망했는가. 현대상선은 어떻게 위기를 겪게 되었는가. IMF는 어떻게 겪게 되었는가. 방종이 자유가 아니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개 서민이 아닌 보다 많은 책임지 지워진 이들을 위해 해주어야 하는 말인 것이다.


회장부터가 기업의 경영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오로지 회장으로서 개인의 욕망과 이익에만 집착할 뿐이다. 그를 위해 체계와 규범을 무시하고 측근까지 두었다. 이들이 배신하면 회장이라지만 자신도 역시 끝장일 터다. 그래서 많은 창업주들이 자신을 권좌에 올린 공신들을 숙청했던 것이지만, 그러나 세조와 같은 경우는 공신들을 방치한 결과 대대손손 부정과 부패로 조선을 뿌리까지 병들게 만들었었다.


노동자가 잘못이다. 택배기사들이 일을 잘 못해서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더 많은 이익을 내지 못해 회사에 손실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진짜 손실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 그런데도 단지 더 많은 돈을 벌지 못해서 노동자를 비난하고, 더 많은 돈을 아끼지 못해서 택배기사들을 쫓아낸다. 그래야 기업이 산다. 경제가 산다. 나라가 산다. 진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도 이 사회는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가.


배운 검사라는 놈이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은폐하는데 앞장선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을 오히려 자신의 권력과 영화를 위해 이용한다. 힘없는 노동자만이 죄인이 되어 감옥에 갇힌 채 처벌을 기다린다. 이것이 과연 이 사회의 정의인가. 차라리 자신의 욕망을 위해 충실히 행동하는 김과장(남궁민 분)이 정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나마 조직에 속하지 않기에 자유로울 수 있고 파격도 시도할 수 있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 노동자의 임금이나 복지야 사실 기업 전체의 이익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고도화된 현대의 기업에서는 더 그렇다. 진짜 바로잡아야 할 원인은 무엇인가. 웃음과 함께 진짜 진지한 주제를 시청자들에 던져준다. 기업이 망하는 것은 과연 노동자 때문인가. 부도덕하고 무능한 경영진 때문인가. 하지만 드라마 볼 때와 뉴스 볼 때 사람들의 생각은 또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경영의 문제라 생각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구조적 문제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동자의 권익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 단순했다. 누군가 해먹은 것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밝힐 생각이 없다.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 그저 쉬운 노동자만을 해고하여 해결하려 할 뿐.


다시 이사회로 돌가간 동기가 돈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즐겁고 만족스러웠다. 그것이 김과장이다.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노동에는 대가가 따른다. 정의에도 대가가 따른다. 개인의 양심이 아닌 사회가 지불하는 비용이다. 그 비용이 김과장과 같은 양아치마저 양심적이게 만든다.


서율(준호 분)의 정체가 흥미롭다. 하지만 결국 악역일 것 같다. 그렇게 복잡하게 끌고갈 드라마는 아니다. 서율 역시 단지 수단이 지나지 않는다. 진짜 배후를 위한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다. 서율을 통해 진짜 단서가 노출되려 한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난다. 재미있다. 과연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