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웃었다. 어쩜 이리도 통쾌한가. 물론 판타지다.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다. 현실에 이런 일이 있을 리 없다. 약자가 강자를 당당히 법을 지켜가며 이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법은 강자의 편이다. 다름아닌 검사 출신의 대기업 재무이사 서율(준호 분)처럼.
내가 나이많은 것들을 싫어하는 이유다. 심지어 나보다 나이 어려도 나이 많은 것들을 싫어한다. 군대가면 사람된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겠는가. 그냥 시키면 시키는대로 군말없이 따르는 사람이다. 뭣으로 밤송이를 까라고 해도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다. 돈도 안주고 부려먹어도 어른들이 그렇게 시켰으니까. 자기에게 어떤 정신적 물리적 감정적 폭력을 휘두르더라도 어른의 선의를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오죽하면 성폭행당하면서도 어른이기 때문에 감히 반항조차 못하고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마저 있겠는가.
자기들이 먼저 그런 세상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는 그런 세상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옳지 않다 주장하는 젊은 세대들을 자기가 가진 힘으로 억눌러가며. 그나마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이 다른 점은 가해자가 되는가 피해자의 입장이 되는가의 차이일 것이다. 내 자식이라면 당연히 가해자가 되어야 할 테고, 내 자식이 아니라면 피해자가 되어야 할 터다. 내 자식이라면 자신을 닮아 모든 더럽고 추하고 비열하고 악랄한 수단을 서슴없이 쓸 수 있어야 하고 남의 자식이라면 그마저도 선의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김성룡(남궁민 분)이 어른이라는 것이다. 더러운 일들을 자기가 맡아서 한다.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들은 자기가 나서서 대신 해결해 준다. 그저 올곧게 자기의 정의만을 주장할 수 있도록. 부당함을 호소하고 당연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모든 불의와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려 하기에 그들은 어른인 것이다. 오히려 아이인 것을 이용해서 그들을 착취하고 약탈하려고만 한다. 처음이었다. 실제 현실에도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여당의 유력정치인이라는 인간이 임금체불에 대해 경험이라 생각하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인 것이다. 개인적인 감정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에 그들이 나섬으로써 젊은이들의 양심과 순수는 지켜질 수 있었다. 옳은 것이 옳은 것이라는 당연한 상식이 지켜지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시간 일하고서 어떻게 겨우 6500원만 받을 수 있는가. 그마저도 다 받지 못한다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의 아버지가 한 행동이라고 한다. 그냥 무지한 것이다.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인간의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있다. 만일 저들도 제대로 자신들의 현실을 가까이서 보고 듣고 느끼며 자신들을 이해하며 자랄 수 있다면. 역시 판타지다. 알아서 오히려 더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여튼 말로 막히면 나오는 것이 버르장머리다. 논리로 통하지 않으면 싸가지를 말한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누구에게 당위와 정의가 있는가. 당연히 받아야 할 돈마저 어렵게 받아내고 만다. 법이 정하고 계약서에 명시된 임금인데 더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어른들의 반성이다. 자신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 뿐 아니라 그러지 못하도록 돕고 있었다.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자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누구의 잘못인가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그 모든 책임이 있는가. 진짜 히어로란 그런 점에서 진짜 어른이 아니었을까.
아예 노골적으로 판타지를 보여준다. 기업의 한 부서가 나서서 기업에 손해가 될 수 있는 일을 주도한다. 아무리 아르바이트들의 요구가 옳았어도 회사에 의해 만들어진 부서이고 그 부서에서 이 일하는 고용인이다. 하지만 통쾌하니까. 결과적으로 기분이 좋아졌으니까. 드라마에서지만 마침내 이기고 있었다.
김성룡의 위기다. 서율 뒤에 있던 박회장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다. 밤늦게 길을 걷다가 의문의 인물에게 습격을 당한다. 한 번의 승리와 또 한 번의 위기, 그러나 이번에는 서율과는 다르다. 서율의 정체도 흥미를 잡아끈다. 그의 하수인은 그를 검사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과연. 박회장이 단단히 결심한 듯하다.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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