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문득 후회가 밀려드네요...

까칠부 2017. 4. 8. 00:37

그냥 생각납니다. 역시 사람은 바빠야 해요. 게임을 하든 술을 마시든 아니면 그냥 쳐자든 뭐라도 해야 잡생각이 없어요. 도무지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네요.


그러니까 화요일이네요. 꼬맹이 놈이 숨어서 울고 있었어요. 원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다가와 안겼었는데 밥 못먹는 것 보고 억지로 먹였더니만 도망쳐서 울기만 했었네요. 아마 알고 있지 않았을까. 자기가 얼마 더 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나에게 그저 안아달라. 만져달라. 그렇게 항상 내게 의지했던 녀석이니.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늘 그랬던 것처럼 병원만 가면 돈이야 좀 깨지겠지만 다시 멀쩡해지겠거니. 병원 가는 것도 스트레스라 일부러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두었습니다. 나만 보며 울고 있는데 무심하게 외면하고 있다 결국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았죠. 차라리 그때 병원에 가는 대신 그저 안고 만져주며 마지막 인사를 했으면 어땠을까. 병원에 있던 하루동안 더 살 수 있었지만 대신 함께 있을 수 있었던 마지막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영 마음이 아픕니다. 진짜 꼬맹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었던 마지막 일이었는데.


살았을 때 해주었어야 했어요. 아직 살아있을 때 그저 늘 그랬던 것처럼 녀석을 끌어안고 쓰다듬어주며 간질어주며 때로 짓궂게 장난도 치면서. 보내더라도 병원이 아닌 내 품에서 내 체온을 느끼며 내 이야기를 듣게 했어야 했어요. 이제와서 그게 왜 이리 후회가 되고 원망이 되는지. 왜 그때는 꼬맹이가 그렇게 위독한 상태라는 걸 몰랐던 것인지.


아마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모두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미안하고 후회되고 그런 자신이 원망스럽죠. 그래서 우울증에도 빠지는 듯. 그제어제 내내 온몸이 쑤시고 아팠네요. 졸리는데 잠은 안오고 정신까지 멍했습니다. 녀석의 유골함을 가져왔는데... 후우...


그냥 딴생각 하려 해요. 마음껏 웃고 떠들고 즐기고. 집안이 휑합니다. 좁은 집에 사람 하나 고양이 셋이 북적였는데 이제 고양이는 쭈꾸미 하나 남았네요. 혼자에요.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는데. 겁먹었어요. 나라는 사람에게. 워낙 살갑게 다가오는 녀석이 아니라서 더 쓸쓸해집니다. 아무도 없는 듯 적막함에 짓눌립니다.


후유증이 길 것 같아요. 역시 가장 걱정되던 녀석이었고 항상 가장 가까이 있던 녀석이었으니. 지금도 고개만 돌리면 녀석이 있을 것 같아요. 무릎위에 녀석이 똬리틀고 자고 있을 것 같고. 녀석들 사진이네요. 굳이 고르지 않았어요. 그냥 아무거나 집어다 올립니다.






괜찮아진다는 것은 잊혀진다는 뜻이겠죠. 여전히 아파한다는 것은 아직 내 안에 그것이 남아있다는 뜻일 테구요. 가끔 상처를 돌아보며 오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벌써부터 쓸쓸해집니다. 그래서 너무 사랑했던 사람은 오히려 떠나보내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도 빠른 것인가.


보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그 빈 자리를 느끼는 거죠. 딱 12년 만큼의 흔적을. 무려 12년이네요. 함께 한 시간들이. 벌써 시간만 그렇게 흘러간 거겠죠. 날이 너무 맑아요. 따뜻하고. 화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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