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자체는 그다지 놀라운 것이 없다. 워낙 추리물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답을 정하고 그 답을 위한 공식들을 만든다. 원래는 아주 사소한 일상의 부분들인데 알고 보니 사실은 놀라운 메시지가 숨어 있었다. 그래서 추리 자체보다는 추리하는 과정에서 유설옥(최강희 분)과 하완승(권상우 분)가 티격태격하는 코미디에 더 집중한다. 추리 그 자체보다 추리하는 과정을 즐기게 한다.
역시나 한국드라마다. 추리보다, 사건보다, 추리에 나선 주변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 탐정의 역할을 맡은 유설옥과 오히려 유설옥이 잡아넣은 범죄자를 풀어주려는 남편 김호철(윤호철 분)의 비밀스런 내막과 유설옥을 의심하며서도 끝까지 돕는 경찰 하완승, 그리고 그런 하완승을 좋아하면서도 속물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감추고 숨는 냉정한 변호사 정지원(신현빈 분)까지. 서로 쫓고 쫓기고 물고 물리고 그러는 가운데 정작 납치되었을지 모르는 시누이 김호순(전수진 분)은 흔적도 없이 잊히고 만다. 김호순이야 납치되거나 말거나. 또 그렇게 심각한 드라마도 아니다. 그냥 웃고 떠들며 한 시간 남짓을 지나면 끝이다.
추리드라마로서는 모르겠고 일상코미디로서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 추리드라마로서의 완성도 역시 그것을 뒤따라간다. 추리라는 장르가 사실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그저 앉아서, 혹은 혼자서 발로 뛰어 얻을 단서란 전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의 수사는 조직이, 그리고 시스템이 한다. 고전은 그렇게 현실과 만나 변주하게 된다. 사건은 잊고 사람들의 일상과 관계를 즐긴다.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재미있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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