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쌈 마이웨이 - 오랜만에... 좋지? 어느새 멀어져버린 꿈의 거리

까칠부 2017. 5. 24. 03:34

꿈을 꾼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과 같다. 확실히 젊다. 아직 손에 잡힐 것만 같다. 벌써 오래전에 놓았다 여겼는데 아직도 눈부시도록 반짝이던 그 시절의 기대와 희망들이 저멀리 보이는 것 같다. 차라리 다가가는 것이 영영 놓을 수 없을 것 같아 아프고 시리기만 하다. 어느새 감정이 마모되고 기억마저 멀어지면 그저 오래전 추억으로 웃으며 떠올릴 수 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그렇게 크게 자이가 나지 않았었다. 어차피 태어나면 알몸이었다. 단지 부모가 누구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 아래 배우는 같은 학생이었다. 물론 그런 가운데서도 나고 자란 환경의 차이란 것은 있어왔지만 애써 무시하려 들면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었다. 하지만 어느새 어른이 되어 세상에 나오게 되면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던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다른 이름이 대신하게 된다. 세상이 바라보는 진짜 자신이다. 누구는 의사이고, 누구는 아나운서이고, 누구는 방역업체 직원이고, 누구는 백화점 인포데스크고. 그리고 각자의 이름 앞에 붙은 그 타이틀이 자신의 존재를 결정한다.


친구라고 다 같은 친구가 아니다. 한때는 동등한 자격의 친구였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럴 수 없다. 하는 일이 다르고, 버는 돈이 다르고, 사회적인 신분과 지위 역시 다르다. 이제는 포기한 꿈만큼 벌써 저렇게 벌어져버린 차이가 아프게 자신을 짓누른다. 괜히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눈을 부릅뜬 채 목소리를 높여보지만 그것은 그저 지기 싫은 헛된 고집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폭행죄로 경찰서에 잡혀가고, 합의를 위해 결혼을 위해 모은 돈마저 날리고 만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아직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그들은 너무 올곧고 뜨겁다. 다른 말로 철이 덜 들었다 말한다. 적당히 자신의 위치에 맞게 굽히고 낮추며 움츠리고 사는 것에 익숙지 않다.


자신이 가지 못한 길들을 아직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바로 소닿는 곳에 있는 것 같던 꿈으로부터 영영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그냥저냥 대부분 대충 그런 현실에 맞추며 살아간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익숙해지며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과도기다. 자신이 얼마나 비루하고 한심한 존재인가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얼마나 비굴하게 초라하게 살아가야 하는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과정에 있다. 마지막 발악 같은 것이다. 여기서 마저 꺾이고 나면 더이상 꿈은 아련한 기억 너머에 추억으로만 남게 된다.아직은 꿈을 꿀 수 있어 즐겁고, 꿈을 꾸던 시절을 기억할 수 있어 즐겁다. 아직은 자기가 꿈을 꾸고 있다. 여기에 드라마이기에 어쩌면 그들에게 마지막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될 지 모르겠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너무 지독한 판타지다. 차라리 벌써 이만큼 나이 먹어서 보게 되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파서 보지 못했을 뻔했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 얼쩡이고 서성이면서 그러면서도 무엇 하나 결심못하고 머뭇거리던 모습은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은 무언가 남았을 거라고 고집을 세우며 근육통이 오도록 빳빳이 세우던 고개가 이제는 고단함으로 힘없이 늘어진다. 아직은 꿈을 꿀 수 있을까? 앞으로도 계속 꿈을 꾸어도 좋을까? 절망도 사치다. 그렇게 그저 잊혀지는 것이다.


옛사랑을 떠올린다. 바래고 바래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간절함만이 화석처럼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토록 오랫동안 운동을 쉬고도 전과 같을 것이라 믿는 자체가 그만큼 멀어져간다는 증거인 것이다. 그래도 몸으로 하는 것이니 바로 느껴진다. 아마 최애라(김지원 분)에게도 비슷한 계기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걱정해서 오히려 상처주고 마는 어른의 무심함이 차라리 잔인하게 느껴진다.


상당히 담담하다. 때로 우스꽝스럽게 무덤덤하다. 고동만(박서준 분)이 최애라에게 기대 울기까지 일부러 외면하듯 드라마 자체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무심하고 그래서 적막하다. 아직 보기가 불편한 것은 아직 내개도 타고 남은 불씨가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딱 첫 주 방송분으로 적당하다. 그들이 날아올라야 할 활주로 같은 것이다. 그들이 딛고 선 현실이다. 매력적이다. 배우든 이야기든.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