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쌈 마이웨이 - 잃어버린 꿈, 비루한 일상, 다시 꿈꾸기 위해

까칠부 2017. 5. 23. 03:13

어린 시절이 빛나 보이는 것은 그 시절 꾸었던 꿈들이 그토록 빛나 보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닳고 바래서 흔적조차 찾기 힘들어진 꿈이 그 시절에는 그리 생생하게 현실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제 몇 년 뒤면 진짜 내가 그렇게 되어 있을 것처럼. 하지만 결국 지나고 나면 꿈이었다.


어울리지도 않는 학창시절은 역시 관문이었다. 박서준(고동만 역)이나 김지원(최애라 역)나 이제 고등학교 교복을 입기에는 당장 얼굴에서 나이가 보이고 만다. 그나마 다행히 어울리지 않는 교복차림이 불과 몇 분 만에 원래 나이에 어울리는 일상의 모습으로 바뀌며 안전하게 현실에 안착한다. 참 보기 불편할 정도로 비루하고 고단한 청춘의 삶들이 드라마답지 않게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아직 재벌은 나오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젊어서 성공한 대단한 전문직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운명을 바꿔줄 출생의 비밀이나 기적같은 우연 같은 것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나 현실같은 고단하고 비루한 일상들이 이어지기에는 역시 드라마다. 당장 부딪히고 치이는 현실의 일상들도 고단한데 드라마에서까지 그런 비루한 모습들을 보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꿈을 꿀까? 그리고 꿈을 이루게 될까? 어쩌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도 드라마 주인공이기에 누리는 특권인지 모른다.


확실히 박서준은 평범하게 잘생겼다. 장점이다. 뭐라고 설정을 붙여도 다 어울리는 것 같다. 조금 비루하고 조금 초라하고 조금 한심해 보여도, 그러나 드라마 주인공답게 잘생기지 않았는가. 김지원 역시 꾸미면 화려한데 무던하게 누르고 다듬어서 일상에 치인 젊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금은 촌스러운 듯 조금은 투박한 듯 그래서 억눌린 듯 하지만 빛나고 잇다. 아니 그래야 한다. 어쩌면 김지원이기에 마침내 빛나게 된 그녀의 모습을 벌써부터 그리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화려했던 어린 시절의 인연들이 여전히 주위를 맴돌며 관계를 이어간다. 나름대로 자신의 현실에 익숙해져간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다. 울고 넘어지고 뒹굴고 찢기고 상처투성이가 되어서도 서로에게 의지해 외로운 골목길을 걸어간다. 조금은 어설프고 납득안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낯설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에 그냥 녹아들어가고 만다. 어딘가 이런 청춘들도 있겠지. 이런 사람들도 있겠지. 이런 일상들이 있을 테지.


기대한 것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었다. 결국은 그들이 꿈을 꾸게 되는 시점이 시작일 것이다. 그들이 비루한 일상을 벗어나 날아오르는, 그러니까 시청자가 꿈을 꾸게 하는 그 순간이 본격적인 시작인 것이다. 엃마나 더 디테일한 일상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주연들이 특히 매력있다. 뜻밖에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