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밀의 숲 - 넘실거리는 모략과 음모, 탁월한 긴장감

까칠부 2017. 6. 12. 01:26

과연 대단한 이대도강에 차도살인이다. 물론 그에 맞서는 것은 만천과해다. 이런 걸 좋아한다. 고작 몇 평 안되는 사무실에서 단지 두 사람이 마주하고 있음에도 마치 큰 전쟁이라도 앞둔 양 긴장감에 마음을 졸인다. 이번 기회에 자기의 약점을 너무 잘 아는 서동재(이준혁 분)를 제거하고 황시목(조승우 분)을 자기의 사람으로 만든다. 황시목 역시 그런 차장검사 이청준(유재명 분)를 역이용해 그를 속이려 한다.


처음부터 황시목을 노린 것이었다. 고작 강진섭(윤경호 분) 정도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그토록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는 강진섭이 아닌 황시목이 박무성(엄효섭 분)과 약속한 시간에 도착해서 살인현장을 목격했어야 했다. 그리고 황시목이 도착했을 때 아직 살아있던 박무성의 모습을 근처에 세워둔 택시의 블랙박스가 기록하면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었다. 황시목이 도착했을 때는 아직 살아있었는데 황시목이 집으로 들어가고 나서 박무성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건 여지없는 현행범일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이렇게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벌써 한참 전부터 서로를 노린 보이지 않는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었다. 황시목은 차장검사 이청준과 그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부패한 검찰들을 수사해서 처벌하려 한다. 그리고 이청준과 그에 협력하는 서동재는 경계하여 감시의 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다만 이청준과 서동재의 목적은 서로 다르다. 서동재는 어떻게든 기회만 주어지면 황시목을 검찰에서 내쫓고 싶어 한다. 이청준은 오히려 황시목의 능력을 높이 사서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어쩌면 이청준도 황시목과 같은 생각인지 모른다. 어차피 출세를 위해 검사가 된 이상 유혹으로부터 언제까지나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 자신이 그랬었으니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서로 단절되어 있는 이청준과 서동재의 모습이 그래서 인상적이다. 연출도 탁월하지만 티나지 않게 그를 소화해내는 두 배우의 연기력도 넘치도록 훌륭하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무력하게 희생되어야 하는 신인검사 영은수(신혜선 분)의 처지는 가련하기조차 하다. 밖에서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검사지만 검찰이라는 조직 안에서 그는 그저 손쉬운 먹잇감에 희생양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애써 이청준 앞에서 영은수를 변호하는 서동재의 모습이 또다른 변수가 되지는 않을까. 황시목에게 또하나의 동기이자 서동재와의 접점이 생겼다. 사수로서 자신의 수습이었던 영은수를 부당한 불명예와 징계로부터 구해야 한다. 상당부분 자기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검찰 내부의 구도도 흥미롭다. 중국집에서 황시목을 부른 다른 검사는 분명 황시목이 노리고 있는 그 위까지 겨누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긍 당장 할 수 있는 말도 아무것도 없다. 버마재비가 매미를 노리고, 그 버마제비를 참새가 노리고, 참새를 다시 매가 노리게 된다. 완전히 혼자인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믿을 수도 없다. 딜레마다. 한여진(배두나 분) 역시 누구보다 경찰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정작 경찰 가운데 누구도 마음놓고 믿을 수 없다. 법과 정의를 지켜야 할 검찰과 경찰이 정작 가장 믿을 수 없는 대상이 되어 버린다. 불길하고 음험한 계략들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넘실거리고 있다.


특히 차장검사 이청준을 연기하는 유명재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도무지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음험함이 수백년묵은 능구렁이같다. 살벌한 검찰내정치에서 승리해서 이제 검사장까지 바라보는 위치에 이르렀다. 능수능란하게 서동재와 황시목이라는 만만치 않은 검사들을 손으로 주무르고 있다. 이청준의 약점은 하나다. 황시목이 밝히려 하는 그것이다. 서동재가 알고 있는 바로 그것들이다. 지키는가, 아니면 부서지는가. 그냥 대놓고 나쁜놈인데 알고 싶은 호기심이 일고 만다. 황시목과의 싸움이 그래서 더 재미있다.


조금 노골적이기는 하지만 곳곳에 숨은 단서가 퍼즐처럼 아직 흐린 한개에 가려진 사실들을 하나씩 완성해간다. 스릴러의 정석이다. 그냥 머리로 추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발로 뛰고 몸으로 사람과 부딪힌다. 복잡한 세상과 인간관계 가운데 감춰진 진실이 전혀 뜻밖의 곳에서 드러난다. 한여진에게는 아직 갈등이 없다. 당장 존재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이유다. 진실이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