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 그들만의 드라마, 납치된 최나영이 강하다!

까칠부 2017. 7. 28. 07:46

이를테면 말을 잘하는 사람이란 강약완급의 조절을 잘하는 사람을 뜻한다. 여지를 눈다. 충분히 다음을 궁금해 하고 듣고 싶게 만든다. 이야기속에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인 양 공감하게 만든다. 원래 창작물에서도 그래서 중요한 것이 허구에 대한 동의다. 작가가 만든 허구의 사실을 실제로써 동의하는 것이다.


궁금해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런 게 있을까? 그래서 막 궁금해지려 하면 바로 답이 나와 버린다. 혹시나 이런 건 아닐까? 미처 그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답부터 던져주고 만다. 작가가 의도한대로 따라다니기만 한다. 배우들의 연기를 일방적으로 보고 있기만 한다. 그렇다고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는가면 거의 대부분 스릴러의 소재로 쓰이는 사건들은 어디서 본 듯한 것들이다. 사람들이 흥미있을 것 같은 비슷한 사건들을 어떻게 잘 그럴싸하게 꾸며 보여주는가가 핵심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용 자체를 마치 자신의 야이기인 양 실감을 가지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당장 캐릭터들부터 그다지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데.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어 시청자를 사로잡으려 한 것인지 모르지만 너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탓에 확실한 동력으로 작용하지는 못한다. 차라리 주인공 한두사람에게만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사실상 주인공이랄 수 있는 경찰 출신의 특채 김현준(이준기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아니면 NCI의 에이스로서 드라마를 이끌어가야 하는 팀장 강기형(손현주 분)의 복귀에 더 중심을 둘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핵심이 되는 단 한 사람의 매력을 최대한 시청자들에 어필하면서 이야기의 짜임새에 집중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세하게 보여주지도 못하고, 덕분에 그다지 크게 매력도 느끼지 못하겠고, 그냥 배우 이준기의 매력이지 김현준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은 아니다. 배우 문채원의 매력조차 하선우의 캐릭터가 가지는 공허함에 묻혀 버리고 만다.


내용에 대해서는 굳이 더할 말이 없다. 그냥 보기만 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고 당연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나마 납치된 피해자 최나영이 꽤 강하구나 감탄하며 보기는 했었다. 차라리 최나영의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었다. 졸지에 납치된 상황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혼자 힘으로 탈출도 하고 범인에게 작지만 일격을 먹이기도 했었다. 결국 다시 범인에게 잡혀서 살해당할 뻔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경찰들이 도착할 때까지 범인이 최나영을 살해하지 못한 것은 오로지 최나영 자신의 살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의 결과였던 것이다. 드라마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였고 장면이었다. 그밖에는 워낙 이런 장르를 좋아해서 많이 봐왔던 탓인지 그러려니. 프로파일링이라는 것도 이제는 꽤나 식상한 소재이기도 하다.


시청률은 잘나온다니 다행이기는 하다. 그만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과연 나 자신이 몰입해서 제대로 즐기며 볼 수 있는 드라마인가. 역시 냉면을 너무 좋아하면 냉면을 자주 먹기가 어려워진다. 너무 엄격해서 어설픈 냉면은 아예 안 먹느니만 못하다.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