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 무조건 나쁘지 않았다. 그 말이 곧 일본은 나쁘지 않았다는 말로 들리는가?
조선인이 조선인을 속이기도 했다. 그 말이 곧 모든 조선인이 나쁘다는 말로 들리는 것인가?
물론 모든 원인을 제공한 것은 일본이다. 구일본제국이야 말로 모든 악의 원흉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안에서 작은 악을 행한 조선인에게는 책임이 없는 것인가?
일차적으로는 구일본제국에 책임을 묻되 이차적으로 그에 부역했던 조선인의 존재에 대해서도 같은 한국인으로서 반성해야만 한다. 일본인들이 일본인이기에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반성해야 하듯 한국인 역시 조선인의 후예이기에 조선인의 잘못에 대해서도 바로 알고 바로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만 무조건 가해자가 아니었고 조선인이라고 모두가 피해자였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일본과 조선이라는 양분법으로 인해 조선인 가운데 있었던 가해자는 어느새 은근슬쩍 묻혀 버리고 만다. 이승만 이래 많은 위정자들이 반일을 강조하면서 정작 친일파와 그 후손들을 우대한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조선의 여성들을 위안부로 끌고간 일본정부도 개새끼지만 그에 부역해서 위안부 모집에 앞장서거나 자식을 팔아넘긴 조선인들 역시 개만도 못한 년돔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부정하겠다는 뜻인가.
그래서 더 우려스럽다. 자칫 이번 논란이 조선인 가운데 가해자였던 이들에 대한 외면이나 묵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조선인은 모두 피해자다. 조선인은 누구도 가해자가 될 수 없다. 그러니까 가해자도 피해자다. 아니라면 감독이나 출연배우들의 말에 저토록 극렬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다.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아니라면 그냥 무지에서 오는 광기에 가깝다. 이래서 홍위병이나 유겐트가 그리 미쳐 날뛰었던 것이구나.
일본에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다. 군함도가 가지는 의미를 모르지 않는다. 아니 모를 리 없다. 모른다면 그런 영화 자체를 만들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런 가운데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하는가. 아직까지도 일본의 입장에 동조하는 수많은 친일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잘못이 없는 것인가.
별 게 다 논란이다. 논란은 좋은데 방향이 웃긴다. 그냥 논란을 만들고 싶은 한가한 인간들의 발정에 부화뇌동한 결과라 여긴다. 자기 머리가 아닌 남의 뇌로 생각한다. 이게 아니면 저거다. 맞는 게 아니면 틀린 거다. 학교가 애들을 다 버려놓았다. 객관식은 확실히 교육에 좋은 방법이 아니다.
논란의 꺼리조차 되지 못한다. 역사를 안다면. 바른 역사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한심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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