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썩었으면 같이 썩어야 하고 세상이 미쳤으면 같이 미쳐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다. 혼자서 깨끗하고 올바르면 반드시 몸을 망치게 된다. 세상이 거꾸로 뒤집혔으면 같이 뒤집힐 밖에.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지 않고 법은 정의를 지키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언론을 진실이라 믿고 법을 정의라 여긴다. 언론과 법에 의해 억울하게 죄인이 되어야 했던 한 젊은이가 있다. 언론도 법도 그를 지켜주지 않는데 어떻게 그는 자신의 무고함을 밝혀야 할까?
세상이 바르고 곧다면 당당히 큰 길로 나가면 되는 것이고, 세상이 온통 썩은 오물투성이라면 모르게 숨어서 피해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살아서 안되면 죽으면 된다. 진실로써 안되면 같이 속이면 된다. 속고 속이고 다시 숨기고 감추고, 이제는 속는 놈이 병신이고 당하는 놈이 멍청한 것이다. 세상이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하다면 바로 거짓과 기만이 진실이 되고 정의가 된다.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정상이다. 타락한 언론을 상대하는데. 부패한 법을 상대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무지하고 나태한 대중을 움직이기 위해서도. 그래서 윤선우(이주승 분)는 자신을 죄인으로 만들었던 대한일보의 지원까지 받으며 마침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재심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정직하게 오로지 진실만으로 언론과 법을 상대했다면 그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을까?
제목이야 말로 역설이다. 기자가 아닌 기레기라 말하는 그 진실인 것이다. 조작이 진실이다. 조작이 정의다. 어차피 모든 것은 조작되어 있으니까. 거짓이 진실인 것처럼. 진실이 거짓인 것처럼. 그런 사회에서 진실이란, 정의란 결국 더 교묘하고 더 치밀하고 더 악랄한 조작이어야 한다.
검찰도 못하고 대한일보도 하지 못한다. 대한일보에 속한 스플래시팀마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무영(남궁민 분)이 모두를 속이고 이용했다. 그것이 기회를 만들었다. 단지 드라마만이 아닌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일어나고 있을 현실일지 모른다는 사실이 더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더 정권도 바뀌었으니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까? 아직 이 사회에 희망이라는 것이 남아 있을까?
윤선우가 살아있다는 것은 사실 반전도 아니었다. 아마 드라마를 보는 대부분이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윤선우가 죽음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상황과 윤선우가 살아있게 되면 벌어질 일들을 생각해 보면 거기서는 윤선우가 죽는 것이 맞았고 그러나 결국에 다시 살아나는 것이 옳았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상황이 윤선우의 죽음과 살아남으로 인해 한 번에 깔끔하게 정리되며 수미상관을 이룬다. 다만 언제 어디서 윤선우의 생존이 밝혀질 것인가가 문제였는데 적절한 순간에 확실하게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해주었다.
과연 5년 전 차연수(박지영 분)가 그저 아무 대책없이 사건을 놓아버린 것이 아니었었다. 권소라(엄지원 분)가 외직을 떠돌고 다시 돌아와서 여러 사건들과 부딪히고 있는 동안에도 차연수는 중국에서 중요한 참고인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역시 마지막에 법과 정의를 지키는 것은 검찰이어야 한다. 진실을 지키는 것도 언론이어야 한다. 이석민(유준상 분)이 스플래시팀을 다시 부활시키고 차연수는 다시 검찰로 돌아와 수사를 지휘한다. 그리고 그 주변에 아직 권소라와 한무영이 남아 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 세상의 진실과 정의가 왜곡되어 있으니 그들에게도 아직 남은 역할이 있다. 마지막에 그들이 이르게 될 그곳에서 그들은 무엇을 찾고 무엇을 바라보며 서있게 될 것인가.
아무튼 전찬수(정만식 분)이 죽임을 당하기 직전 무의미하게 읊조린 '담배'라는 단어가 계속 거슬린다. 진짜 담배라도 피고 죽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마지막에 진실을 전하기 위한 암호였을까? 듣지 못해도 어쩔 수 없지만 깨어나 들었다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아무 의미없는 그저 넋두리가 아니었다면 어느 순간 모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언론인으로서의 양심과 인간의 선의에 대해서. 나성식(박성훈 분)의 고민과 구태원(문성근 분)의 아내를 향한 한결같은 모습이 교차된다. 인간은 그래서 슬프다. 분노하기보다 미워하기보다 안타까워한다. 항상.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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