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매드독 - '미안하다, 홍주야!' 꿈은 현실로, 무대는 삶으로

까칠부 2017. 12. 1. 14:02

처음부터 차홍주(홍수현 분)가 눈치챌 것을 전제로 일을 꾸미고 있었을 것이다. 마침 이영호가 김민준(우도환 분)을 죽이려 숨어들었다가 제압당한 것을 빌미로도 차준규(정보석 분)를 압박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차홍주가 서류가 바뀐 사실을 눈치채고 그 사실을 주현기(최원영 분)에게 알려야 한다. 자신들이 한 발 앞서서 보고서를 작성한 당사자들을 찾아가 증언을 얻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만 중대한 허점이 보인다. 그래서 주현기가 최강우(유지태 분)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멍청한 인간이었으면 어쩌려는 것이었을까?


장계취계다. 상대의 계략을 역이용해서 자신의 계획으로 삼는다. 최강우가 기껏 중요한 증인을 찾아냈으니 오히려 그를 이용해서 아버지 주영필과 차준규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자신의 계획을 위한 증인으로 삼는다. 진실이란 순도 100%의 사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두가 의심하지 않고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한 가지와 나머지로 이루어진다. 결정적인 부분에서 자신과 차홍주만 빠져나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런 주현기의 계획을, 그보다는 주현기의 성향을 최강우가 꿰뚫었다. 그동안 주현기에게 몇 번이나 농락당하면서 깨달은 사실이었다. 차준규나 차홍주에 비해 주현기는 매우 유희적인 인간이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몰락이 결정되었을 대 주현기가 차홍주를 보며 내뱉은 대사가 매우 인상적이다.


"미안하다, 홍주야!"


두 가지 의미일 것이다. 처음부터 주현기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려 노력했던 것은 모두 차홍주 때문이었다. 아니만 마지막까지도 차홍주를 위해 진실을 감추려는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한 것이었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연기를 한다. 자기가 아닌 차홍주 때문이다. 차홍주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걱정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주현기의 눈에 비친 현실이란 무대 위 연극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아무 현실감도 없고 그래서 자기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어차피 저들과 자신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아마 주현기라는 인물이 가진 동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차홍주에게 아버지만이 현실이었다면 주현기에게는 그 아버지마저도 현실이 아니었다. 그래서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보고서가 있어도 간단하게 무시해 버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일은 결코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는다. 설사 일어나더라도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차수현의 최강우에 대한 감정 역시 아버지와 자신을 위한 이기 앞에 한낱 꿈처럼 흩어지고 만다. 어째서 그런 끔찍한 비극들이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마는 것일까? 모두는 현실을 딛고 살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현실을 살아가는 짧은 이야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현실을 벗어난 저들과의 싸움이 끝나고 자신만의 현실을 살아가는 장면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박무신(장혁진 분)도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커다란 옥외TV에 범죄자가 되어 처벌받는 최강우의 모습을 보며 웃음짓는 모습이 의미심장하다. 원래 박무신이 있어야 했던 곳은 모든 것이 법대로 원칙대로 처리되는 현장이어야 했을 것이다. 정당하게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할 곳에 돌아갈 수 있도록 부당하게 보험금을 사취하려는 이들을 밝혀내는 그곳이어야 했다.


최강우도 현실로 돌아온다. 이를테면 감옥은 자궁이다. 죽음 뒤에 다시 부활한다. 아내와 자식의 죽음에 사로잡혀 살지도 죽지도 못한 채 버티고 있던 최강우는 죽고 새로운 최강우가 태어난다. 그곳에는 그의 새로운 현실이 있다. 아내와 자식을 대신한 그의 가족이 있다. 그곳에는 새로운 인연도 자라나고 있다. 그곳에 현실이 있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주현기가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야 말로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에와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저들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고발이다. 공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