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매드독 - 대중을 경멸하는 주현기, 불신하는 매드독

까칠부 2017. 11. 30. 08:52

대중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중을 알아야 한다. 대상을 존중하는 자는 그래서 결코 대상을 지배할 수 없다. 철저히 경멸하고 멸시하고 혐오하고 증오해야 한다. 그래야 대상을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진실이다.


주현기(최원영 분)가 대중을 안다. 정확히 작가가 그동안의 현상들을 보고 대중을 꿰뚫고 있다. 벌써 오래전부터 권력자와 자본가들은 그런 대중의 속성을 알고 적절히 이용해 왔었다. 명백한 범죄에 대해서도 언론보도만 조금 손보면 어느샌가 대중은 범죄자들에 대한 동정여론으로 돌아선다. 무고한 피해자를 짓밟고 선하고 정의로운 이들을 배척한다. 비단 세월호만이 아니었다. 진보지식인과 언론들이 대중을 믿지 않게 된 것이 그저 그들이 잘나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중은 예수를 죽였고 히틀러에 열광했다. 대중은 정의가 아니다. 그런 대중을 믿고 무언가를 꾸미려 해서는 안된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최강우(유지태 분)도 김민준(우도환 분)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주현기와 다른 점이라면 단 하나 그것이 바닥없는 절망과 좌절 속에서 겨우 깨달은 사실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일단 주현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들어준다. 주현기가 바라는대로 충실히 따라준다. 지금은 주현기에게 주도권이 있음을 철저히 인정해준다. 그리고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주현기가 방심한다. 아예 아무것도 않고 있었다면 오히려 더 의심했을 테지만 주현기가 숨기고 있는 항공기 계약서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불태우며 웃고 있었다. 이런 때 시청자들도 통쾌함을 느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주현기의 측근이다. 그동안 주현기가 멸시하고 학대해 오던 그의 비서였다. 복수다. 그동안 그에게 억압받고 고통받았던 모든 이들이 복수에 나선 것이다. 모든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서 진실을 은폐하고 억울한 이들을 몰아세우던 그에 대한 응징이다. 누군가가 잘나서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그를 용납하지 않았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를 옭아맬 함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차홍주(홍수현 분)는 어찌보면 불쌍하기도 하다. 인간의 본모습이기도 하다. 어째서 주현기가 대중을 그토록 무시하고 경멸하는가. 최강우와 김민준은 어째서 그토록 대중을 불신하며 환멸하는가. 차홍주 역시 근본은 선하다. 무엇이 잘못인가를 안다. 어떻게하면 안되는가도 안다. 하지만 결국 번민 속에서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넘어서지 못한다. 가족의 정을, 회사의 이익을, 무엇보다 자신의 처지와 목적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잘못된 판단을 한다. 해서는 안되는 일들을 저지른다. 이제는 돌이키기에 너무 늦었다. 자신을 찾아와 희생된 가족의 사진을 내미는 어느 어머니를 똑바로 보지도 못한다. 인형이다. 차준규(정보석 분)이라는 악과 주현기라는 욕망 사이에서 휘둘리는 인간 자신이다. 인간은 악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최후의 순간이 다가온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으면서 막다른 위기라 보인 순간 속에 반전을 준비한다. 하나씩 단서를 확보하고 주현기가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해 만들어놓은 판 위에서 마지막 반전을 선보이려 한다. 인간적인 관계도 하나씩 정리되어 간다.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 않는 끝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