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외로운 건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하지 못해서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손무한(감우성 분)은 별이를 떠나보내지 못한 것이고, 안순진(김선아 분)은 별이의 죽음 앞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었다. 평생 영원히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줄 알았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가치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동안 손무한의 호의나 심지어 진지한 고백에도 가뭄에 논바닥처럼 메말라 있더니만 손무한이 슬프고 외롭고 누군가를 필요로 하자 자신도 모르게 용기를 내고 만다. 그리고 그때가 손무한이 어느때보다 그녀의 존재를 간절히 필요로 한 때였다. 하긴 손무한이 안순진에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게 된 계기도 역시 같았었다. 매번 우연히 지나칠 때마다 그리 서럽게 우는 모습만을 보았으니.
그들은 더이상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사랑도 끝났고 법적인 관계마저 정리되었다. 그냥 과거 부부였었던 타인에 지나지 않았다. 식어버린 찻물처럼 다시 데워도 원래의 향기는 돌아오지 않는다. 다른 누가 억지로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차마 부여잡지도 온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채 지난 시간의 가장자리를 맴돌며 서성인다. 심지어 자기가 부정을 저지르고 소송까지 해서 이혼한 주제임에도 은경수(오지호 분)는 안순진에게 여전히 오지랖이다. 그렇게 아쉽고 그립고 미안하고 안타깝고 원망스러운 감정들이 하나씩 자신의 조각을 떼어 지난 시간 속에 흩어 놓는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그 남은 조각이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우연처럼 만나고 인연처럼 부딪히고 마침내 운명처럼 이끌린다. 운명이라기보다는 필연이다. 서로가 간절히 필요했고 서로에게 또한 간절하게 필요했다. 그리고 하필 그곳에 서로가 있었다. 엇갈리듯 이어진 만남이 구원이 된다. 그래도 아직은 내일이, 문밖이, 만남이 설렐 수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사랑해도 되는 누군가였을 것이다.
외롭고 쓸쓸하다. 시리고 아리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듯. 오로지 세상에 혼자 남은 듯. 모두가 자신을 버렸고 자신 역시 모두를 버렸다. 자신마저 버렸다. 상처는 여전히 자신을 헤집는다. 그래도 한 걸음을 내딛는다. 단 한 사람을 위해. 때로는 소년소녀처럼 풋내나기도 한다. 밤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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