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당시는 아직 사랑할 준비가 안되었던 것 뿐이었다.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뿐이었다. 앞만 보며 달리고 있었으니까. 주위를 돌아볼 여유같은 것은 없었으니까. 상처주고 상처입고 그리고 후회만 남긴다.
억지로 멈춰야 했다. 멈춰서고도 지나온 길만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참을 혼자서 있어야만 했었다. 외롭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외로울 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자기가 괜찮아질 수 있는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상대에게 필요해서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인연에 대해서도 죄악감 같은 것을 느낀다. 지난 시간에 대한 미안함이며, 예전과 같지 못한 지금의 감정에 대한 미안함이기도 하다. 이것이 사랑인지 확신조차 없다. 처음부터 사랑이 아니었고 사랑해서는 안된다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함께여야 한다. 외로워서. 그리고 상대가 외로워서.
하필 암이다. 그것도 시한부다. 이미 한 번 수술을 했고 다시 수술은 어렵다고 한다. 남은 시간은 삼개월. 그래서였던 모양이다. 오늘만 살자는 것은. 하지만 내일도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의 욕망이다. 그래서 내일도 함께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어느날 모든 시간이 끝났을 때 그들이 보게 될 현재란 어떤 모습일까. 그래서 누군가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고 누군가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여전히 상처로 괴로워하고, 여전히 고독에 외로워하고, 그래서 정작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그곳을 바로 보지 못하기도 한다. 후회가 남고, 미련을 부여잡고, 그러면서도 돌아갈 수 없는 절망에 괴로워하고, 지나온 시간만큼 누구에게나 정도만 다를 뿐 아픔도 상처도 남아 있다.
사랑하는데도 쓸쓸하다. 함께 있는데도 불안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사랑하며 함께 있는다. 그래도 혼자는 너무 외롭고 추워서. 시리고 아파서. 사랑보다 더 절실한 그것은 무엇일까.
어찌되는가 싶었다. 안순진(김선아 분)의 진심을 엿듣게 되었을 때. 그래서 안순진을 거부하려 했을 때. 거부한다고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계는 급진전된다. 어차피 상관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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