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 사랑할 수 없는 이유, 함께해야 하는 이유

까칠부 2018. 4. 3. 11:20

사람의 생각은 귀납을 추구하지만 정작 행동은 연역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유가 있어 판단을 내린다 생각하지만 오히려 판단을 내리기 위해 이유를 찾을 때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유가 있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나니 사랑해야 할 이유가 생각난다. 그래서 손무한(감우성 분)도 말한다. 사랑은 실수였다.


그 사람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서. 자신과 딸을 외면했던 밉고 원망스러운 그 사람을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무엇이 진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딸이 죽은 진실을 밝히고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건만 그것을 무심히 외면했던 그 남자와 지금 엄마는 함께 있다. 그 남자와 앞으로도 계속 함께이려 한다. 그를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해서는 안된다. 절대 그를 사랑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이것은 사랑이 아니다.


짐짓 서툰 거짓말처럼 과장되게 그를 미워해야 하고 원망해야 하고 그에게 복수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손무한도 안다. 이미 진실을 알아버린 안순진(김선아 분)에게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큰 짐이 되고 있는가를. 여전히 자기를 사랑해도 문제고, 더이상 자기를 사랑하지 않아도 문제다. 어차피 남은 날이 길지 않다는 것이 그를 관대하게 만든다. 조금 더 일찍 그녀를 위해 그녀의 곁에서 떠나준다. 어차피 자기가 해 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다 해 주었다 여기는 터다. 남은 것은 그저 남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함께 지내는 것 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 감정이 엇갈리고 사연들이 뒤엉킨다. 백지민(박시연 분)이 은경수(오지호 분)와 바람을 피우고 결혼까지 하게 된 과정이 애닲도록 어이없이 흘러나온다. 그저 언니를 걱정해서. 어려서부터 쫓아다니던 언니를 지켜주고 싶어서. 그러다가 우연처럼 사고를 치고 그 결과 어느새 여기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 마음먹은대로 움직이고 가는 것이 아니다. 자기의 감정마저 자기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저 팔자려니 운명이려니 그런 필연이려니 납득하며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고보면 안순진도 손무한도 그렇게 어느새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암조차 뒤로 밀려난다. 남은 시간이 불과 한 달인데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오히려 암에 대해서는 주위에서 더 민감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 이 순간 내가 사랑한다는 한 가지 뿐이다. 후회없이 사랑하기 위한 그 한 가지 뿐이다. 그래서 또 엇갈린다.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 감정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