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예전 그에 대해 쓴 적이 있을 것이다. 하루에 믹스커피 6잔씩 마시던 시절의 일이다. 어째서 노동자들은 홍차를 마시고 커피에 설탕을 넣어서 마시게 되었는가.
유럽의 열강들이 적극적으로 식민지개척에 나서기 시작한 뒤 유럽의 사회에는 다량의 설탕이 싼값에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는 마침 도시화로 인해 많은 공장노동자들이 쉴 틈도 없이 고된 노동을 해야 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노동시간과 강도 만큼 소모된 열량을 보충해야 할 필요가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생겨나게 되었다. 당연히 술은 안되고 그렇다면 가장 싼 설탕을 어떻게 맛있게 먹는가 하는 문제가 남게 되었다. 그래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홍차였다.
처음에는 귀족들이 우려마시고 남은 찻잎을 싼값에 사들여 마시고는 했었다. 그나마 차가 대량으로 들어오며 값이 싸지자 저품질의 홍차라면 노동자의 수입으로 마시는 것이 가능해졌었다. 어차피 설탕을 먹을 용도라 맛이나 향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라면 영국이 해상무역을 장악하면서 차의 공급마저 통제하자 영국과 적대하던 나라들에서는 차의 수급이 원활치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는 세금문제로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났을 정도로 영국정부와 갈등을 빚던 차라 역시 차 이외의 대안이 필요했다. 이탈리아야 원래 중세시대부터 아랍과 무역을 하고 있었고, 특히 프랑스와 미국에서 커피문화가 발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초기의 커피는 설탕을 넣지 않은 블랙이 일반적이었다.
'알쓸신잡'에서 정재승 교수가 한국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이유가 그만큼 피곤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 지적한 것에 동의하는 이유인 것이다. 에너지를 소모하는 만큼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고 카페인의 도움으로 정신이 맑게 깨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피곤하면 잠시 쉴 수 있고, 견딜 수 없으면 잠시 누워 눈이라도 붙일 수 있으면 전혀 필요없는 것이 바로 커피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도 집에서 쉬는 날이면 아예 커피라고는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그래서 생각난 것이다. 얼마전도 그랬고, 아주 오래전 IMF때도 그랬다. 돈이 없어서 만화방에서 서비스로 한 잔 씩 뽑아주는 달디단 커피에 200원 하던 삶은 달걀 하나로 끼니를 때우던 적이 있었다. 배는 고픈데 먹을 게 없고, 일은 바쁘고 몸은 고단한데 아무거라도 열량은 보충해야겠고,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집중력이 떨어지기에 카페인은 필수였다. 믹스커피 두 개 세 개 심지어 네 개까지 아예 저어지지 않을 정도로 한꺼번에 때려붓고 들이키면 내가 커피를 먹는 것인지 커피죽을 먹는 것인지.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너무 우울한 것 같아서 첫 회를 보다가 말았는데. 결국 커피 마시는 장면 하나만 기억에 남았다. 지금은 살 뺀다고 블랙만 먹고 있다. 믹스커피 하루에 6개씩 먹어대면 이렇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몸은 피곤하고 글쓰는 중에도 눈앞이 혼미하지만. 집에서는 그냥 물만 마신다. 오래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재미있다니 한 번 차근히 봐야겠다. 확실히 요즘 갈수록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는 잘 감당이 안된다. 운동하느라 피곤한 때문이다. 몸이 피곤하니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다이어트 한다고 먹는 것마저 줄여서 더 그렇다. 아주 예민해졌다. 느긋하게. 행복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요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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