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라이브 - 과도한 경찰PPL의 부조화...

까칠부 2018. 4. 30. 10:11

사실 드라마 초반까지만 해도 경찰의 열악한 여건과 처우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아주 없지는 않았었다. 경찰 고생하는 것 다 알고, 그것이 시민을 위해 그러는 것임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경찰이 더 열심히 마음놓고 시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시민과 사회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놓고 반발하는 사람 또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실제 경찰들이 놓인 현실들을 사건과 일상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려는 듯 보였었다. 드라마에서 경찰들이 맞닥뜨리는 사건과 일상의 모습들을 통해서 실제 경찰들이 어떤 환경과 여건에서 근무하고 있는가.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곤란한 부분이 있는가. 하지만 18회라고 하는 정해진 분량 안에 모두 담아내기에는 버거웠던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사건과 일상이라는 드라마가 아닌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작가가 직접 시청자를 상대로 연설하기 시작한다. 사실상 강의다.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다.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 어제도 썼지만 주장은 주장과 충돌하고 의식은 의식과 충돌하며 의도는 또한 의도와 충돌한다. 미처 설득당하기도 전에 논쟁부터 벌여야 한다. 어느 정도 경찰들이 겪는 현실의 문제들을 인지하고 동정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경찰들에게 그 이상을 허락하기에는 경찰이라는 조직 자체를 믿을 수 없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경찰의 모습만을 보여주려 한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자기 생활도 시간도 없이 헌신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무고한 시민에게 피해를 입히기보다 차라리 악의를 가진 시민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곤란을 겪는 모습에서는 죄책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실제 그런가. 고문과 강압수사로 무고한 시민을 죄인으로 만든 것은 누구이며, 끝내 무고함이 밝혀지기까지 조직적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훼방놓은 것이 누구였는가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범죄 피해자가 오히려 경찰로 인해 더 큰 상처를 입고 고통속에 살아가는 경우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고작 비리를 저지른 경찰 하나로 그 모든 경찰이 가진 그늘을 대신하려는 것일까.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어떤 사과나 반성도 없이 그저 자기들은 억울하다 자기들도 힘들고 어려운 점이 있다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물론 이해한다. 드라마의 제작을 위해 경찰의 전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구대에 상주하며 소재를 취재하고, 경찰을 통해 드라마 촬영에 필요한 장소며 장비, 도구들을 지원받고, 그런 만큼 경찰을 위해 드라마가 해주어야 하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드라마에서 심심하면 보이는 PPL상품들보다도 서툴고 어설픈 어색한 연기가 그래서 필요했을 것이다. 어찌해야 할 지 몰라서 장황하게 드라마와 유리된 대사를 광고 읊듯이 경찰의 편에서 읊어댄다. 그 장면에서 어째서 그런 대사가 나와야 했고, 설사 그런 대사가 나와야 했더라도 그런 식으로 나와야 했었는가에 대한 고민 없이 스폰서를 위한 요식처럼 딱 필요한 대사만을 정직하게 그냥 늘어놓는다. 실패한 PPL이다. 이렇게 노골적이어서야 도리어 상품에 대한 반감만 생길 뿐이다. PPL로 인해 드라마의 재미와 완성도가 훼손되었다.


상당히 재미있을 수 있는 내용인데, 그래서 실제 꽤 재미있게 보기도 했음에도, 그러나 결국에 남는 것은 작가가 주장하고픈 경찰의 현실과 사정, 그에 대한 시민의 일방적인 반성과 죄책감이다. 시민의 책임과 의무다. 거기서부터 부대끼기 시작한다. 과연 그러한가. 과연 그것 뿐인가. 진정 드라마를 온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없게 만든 것은 과연 누구였는가. 나는 지금 경찰홍보물을 보고 있는 것인가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인가.


재미있게 보고 있었기에 더욱 느끼게 되는 불만이다.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닌 그동안 계속 누적되어 오다가 갈수록 노골화되어 가는 대사와 연출들에 고름 터지듯 터져나온 것이다. 나는 작가의 주장을 듣기 위해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다. 작가로부터 강의를 듣기 위해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를 드라마로서 모든 것이 완결되어야 한다. 드라마의 재미와 감동 안에 그 모든 것이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 혼자 불거진 연설이나 주장이 아닌 유기적인 자연스러운 상황과 장면을 통해서다. 더구나 TV드라마다. 


이제 한 주 남았다. 과연 어떻게 마무리지어질까. 한정오는 과연 자기가 바란대로 국비유학을 신청해서 외국으로 떠나게 될까. 예고편에서 나왔던 피흘리는 오양촌의 모습은 어떻게 된 것일까. 무엇보다 PPL없는 시즌2에 대해서도 조금은 기대해 보게 된다. 드라마에 PPL은 어쩌면 갈수록 제작비가 뛰는 지금에는 필수일 수 있지만, 그러나 지나친 PPL은 드라마에도 스폰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