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비서가 왜 이럴까 - 우연과 우연, 필연과 운명

까칠부 2018. 6. 14. 03:04

돌아이짓도 일정 이상 스케일이 커지면 멋있어 보인다. 찌질한 것도 본바탕이 잘났으면 색다른 매력이 된다.

 

일단 돈 쓸 줄 알고, 잘생기고 잘났는데 여자문제 만큼은 쑥맥인 양 한심한 모습만 보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을 향하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두 사람이 놓인 환경의 차이가 서로를 향한 마음을 자꾸 틀어 놓는다는 것이다.

 

김미소(박민영 분)가 자꾸 헷갈려하는 이유다. 그럴 리 없다. 설마 그런 뜻이었응까? 직관이 가리키는 사실과 자신의 처지가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것이고 괜한 기대를 가져봐야 자신만 다칠 뿐이다. 이영준(박서준 분)을 향한 감정과 그러나 냉정한 현실인식이 그녀의 내면에서 충돌한다. 차라리 이영준과는 한참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과 평범하게 사랑하고 결혼도 하고 싶다.

 

이영준도 자기가 김미소를 사랑하고 있다고는 전혀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다. 이것운 사랑이 아닌 다른 감정이다. 보이는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벌써 끝났을 이야기겠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오해와 안타까움이 있었기이 남의 사랑이야기는 재미있는 것이다. 내 일이면 답답하고 짜증나고 열불터질 상황이지만 상과없는 남의 일이니 그런 헤프닝을 함께 웃으며 넘긴다. 저 두 똑똑하고 멍청한 커플은 언제나 자기의, 혹은 서로의 진김을 깨닫게 될까? 그런 긴 여정이다. 모두가 뻔히 아는 그 길을 두 사람만 모른 채 좌충우돌 헤맨다.

 

김미소가 쫒는 과거와 이영준의 트라우마에서 어떤 식상한 클리셰를 떠올리게 된다. 운명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두 사람이 알지 못하는 진실과 비밀이 감춰져 있다. 또다른 이영준의 악몽 친형도 귀국했다. 하필 김미소가 그가 쓴 소설의 팬이다.

 

그래봐야 귀엽다. 억지로 시침떼고 아닌 척 뻔한 표정과 몸짓으로 괜한 허세를 부리는 것마저 우습다. 그래도 마지막에 두 사람은 자신은 물론 서로에게도 솔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까지 남은 과정들이 너무 길다.

 

무리한 장면도 없잖아 있지만 원래 그런 드라마다. 먼저 코미디는 웃을 수 있어야 한다. 박민영은 예쁘다. 박서준은 능글맞게 잘 생겼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