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런 인간들 때문에 성실한 일선경찰들의 일상을 담은 드라마 '라이브'를 보면서도 내내 경찰에 대한 불신을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낫다. 개인의 공명심을 위해 일부러 범인을 조작하거나 한 것이 아니니. 그러나 결과는 별 차이 없다. 그런 식으로 경찰이 자신의 감만 믿고 증거를 조작하고 고문과 가혹행위로 자백을 강요해서 죄를 뒤집어씌운 예가 어디 한둘이던가. 심지어 그 가운데는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까지 돤 사례도 적지 않다.
전과자니까. 평소에 행실이 좋지 못했으니까. 하고 다니는 것이 수상쩍은 구석이 적지 않았으니까.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억울해도 억울하다 한 마디 항변도 제대로 못할 처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름의 알리바이다. 그나마 잡아온 그 놈이 실제 범인이었음이 밝혀졌기에 망정이지 폭력에 증거까지 조작해서 유죄판결을 받게 했는데 사실은 무고했다면 어쩌려 그랬었는가. 증거도 없고, 증인도 증언도 없다. 그런데도 범인이 확실하고 범인을 잡아야 하니까.
무좌추정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범죄자를 잡자고 공권력이 스스로 또다른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된다. 무고한 사람을 잡아 가두는 것도 범죄다. 억울하게 누명을 씌우고 처벌까지 하는 그 모든 것이 또다른 범죄인 것이다. 죄를 벌해야지 죄를 지어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어차피 범인이 확실한데 또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체포해서 처벌해야만 한다. 범인이고 아니고를 누가 무슨 근거로 어떤 권리로 그리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결과가 옳았다고 그 과정까지 무시해도 좋은 것인가.
지금도 그런 경우가 심심치않게 뉴스로 보도되는데 하필 주인공이 80년대 야만스럽던 시대로 시간을 거스른다. 그리고 심지어 그것을 당시의 기준으로 정당화하려 시도한다. 그렇게 우악스럽게 범인으로 만들려던 그 전과자가 실제 소매치기를 했고 매일 얼굴을 마주보던 청소노동자마저 처참한 모습의 피해자로 만들고 말았다. 그러니 범인을 만들려 했던 강동철의 행위도 더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점에서 옳았다. 원칙과 법을 주장했덩 한태주는 오히려 고개를 숙여야 한다. 과거가 아름답다고 그런 경찰의 지난날까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가.
주연을 맡은 정경호의 매력부족이 상당히 치명적이다. 한태주라는 캐릭터 역시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원작에서도 강동철의 캐릭터가 가장 인기가 좋았었는데 하필 하는 짓들이 옛날 경찰들의 고질적 병폐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혐오스로울 정도다. 불과 얼마전까지 이 사회의 상식이었다. 거기에 비해 시건들도 흡인력은 떨어진다. 한 마디로 지루하고 재미없다.무법변호사도 싫증을 느껴 채널을 돌려보던 순간이었다.
그냥 재미가 없었다. 오히려 짜증부터 났다. 80 년대는 야만의 시대였는가. 실재 그랬다. 아직은 적응중이다.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다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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