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같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이유는 오히려 관계가 대칭적이지 않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를테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돕거나 지켜주는 관계인 경우가 많다. 차라리 대등한 연인이라기보다는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를 보는 것 같다. 이를테면 이영준이 게장을 먹고 체한 듯하다 바로 이영준부터 챙기는 김미소처럼.
그래서 대기업 부회장과 비서라는 치우친 관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대칭을 이룰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서로서 보좌하는 것과 이성으로서 보호하는 것은 원래부터 그 경계가 모호하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가졌고 또 누리고 있었기에 부족할 수 있는 부분들을 평범한 서민의 일상을 겪으며 자라온 김미소가 채워준다. 경영자로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는 이영준이지만 정작 일상에서는 마치 철없는 아이처럼 김미소의 도움과 배려를 필요로 한다. 고용주의 필요와 고용인으로서의 헌신이 남녀사이로 바뀌었을 때는 보살피고 보살핌받는 역전된 일방적 관계로 바뀌고 만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 대기업 부회장이 좋아하는 여자의 가족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게장을 체하도록 먹고 갯벌을 뛰어다니며 조개를 잡는다.
때로는 오빠처럼, 때로는 동생처럼, 때로는 누이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그리고 때로는 어릴적 엄마를 위해 가요제의 트로피를 선물하겠다던 철없는 건지 순수한 건지 알 수 없는 아빠의 모습처럼. 뭐 그런 게 연인이라는 것이기도 할 터다. 그들이 겪는 여러 사건들은 그같은 서로의 역할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 줄 뿐이다. 그것이 그들의 앞에 놓인 비밀들과 그들이 마주하게 될 진실들의 의미다. 그리고 결국은 어떤 식으로든 두 사람은 서로 정면으로 마주보고 서게 될 것이다.
김미소가 거미를 싫어하게 된 이유가 조금은 충격이었다. 아마 김미소는 그날 그곳에서 시체를 보았을 것이다. 스스로 목을 맨 시체가 끈에 매달려 있는 것을 이영준이 거미라며 어린 김미소의 주의를 돌리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영준과 김미소를 납치한 범인은 어째서 그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일까. 어떻게 납치되었다가 탈출할 수 있었는지 이영준이 말하지 않는 이유와 직접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영준의 부모가 오랜동안 납치된 것은 이성연이었다며 이영준은 몰라도 이성연의 기억을 왜곡시켜 온 이유인지도 모른다. 진실은 꽤나 잔인하고 슬픈 것일지 모른다. 김미소가 마술쇼를 보면서 기억을 떠올리고 쓰러진다.
한 사람에게만 잘하면 된다. 한 사람에게만 진실하면 된다. 오랜 로맨스의 법칙이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에게 다정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바보가 된다. 이영준은 바보다. 그리고 그 곁을 김미소가 누이처럼 엄마처럼 가까이서 지켜준다. 아니 그런 김미소가 있었기에 이영준은 마음놓고 바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냥 웃긴다. 그냥 사랑스런 커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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