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 어수선한 시작, 다음부터 진짜다

까칠부 2018. 7. 8. 00:47

확실히 김은숙 작가는 서사에 강한 타입이 아니다. 그보다는 캐릭터를 만들고 활용하는 묘사에 탁월한 강점이 있다.

 

사실과 허구를 하나로 섞는 것은 그리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다. 더구나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어색하지 않게 허구의 인물과 사건이 섞이도록 하려면 더 신중하고 더 정교해야만 한다. 하물며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거의가 배우게 되는 역사라면 말할 것도 없다. 독자, 혹은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 더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게 된다. 한 마디로 말이 많아진다.

 

그들은 어쩐 배경과 과정을 가지고 실제 역사속에 존재하게 되었는가.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설정일수록 더욱 사실과 허구 사의 어색함과 부대낌을 없애기 위해, 최소한 그렇다고 독자와 관객이 믿고 받아들이게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그러므로 실제 역사에서도 어쩌면 이런 인물과 사건들이 기록만 없알 뿐 실제로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거짓말이기에 없는 사실을 꾸며내려면 더 많은 설명과 해명들을 필요로 하게 된다.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너무 많은 이야기에 드라마가 지루해지고 마는 이유다.

 

너무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그를 위해서 계기가 되는 사건들을 모두, 그것도 상세하게 그리고 있었다. 정작 중심이 될 주인공과 관련한 핵심주제들은 그런 사이에 끼어 존재마저 약해지고 있었다. 이 인물과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다른 인물과 사건으로 화면이 넘어간다. 한창 집중하던 것도 무색하게 다시 다른 인물과 사건에 집중해야만 한다. 단지 배경일 뿐인 사건과 인물에도 지나칠 정도로 공을 들인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은 주인공들이 성장하고 난 - 정확히 원래의 성인배우들이 주연으로 등장하게 될 다음화가 진짜 시작이 될 것이다. 더이상 구구한 설명같은 것 없이 이미 완결된 설정과 배경 위에서 원래 의도한 주인공들이 작가가 의도한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바로 그때부터 작가의 가장 큰 강점인 캐릭터와 묘사는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러라고 하나같이 대부분 이름과 얼굴을 아는 유명배우들로 캐스팅된 것이다. 어른이 되고 원래의 주연들로 바뀌고 난 뒤가 진짜다.

 

지루했다. 그보다는 산만했다.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차라리 빼고서 나중에 회상 정도로 처리해고 크게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냥 대사 몇 마디로 끝내도 좋았을 것을 너무 의욕이 넘쳤다. 그래도 신미양요의 전투묘사가 근래 드물게 스케일과 디테일을 모두 보여주었으니 돈응 번 느낌이다. 돈을 썼다는 티를 팍팍 내며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투자한 만큼 완성도와 재미를 기대해도 좋은 작품일 것이다. 그럼에도 중심없이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들로 답답했다. 너무 친절한 것도 때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때가 있다.

 

내일부터다. 다음회부터다. 덕분에 한 회만에 아역들도 다 자라 성인연기자로 바뀌었다. 인내심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지켜본다.